수원시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기금사업들
성인 발달장애인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반 수업
올해부터 운영비 걱정 없이 연중 내내 운영 가능
전영기씨, 美 장애인 국제 예술가대회 '3위 입상'
학대 피해아동 다섯 가족 1박2일 강원도서 추억쌓기
셰어하우스 CON 퇴소시 자립준비청년 '밑천' 지원
누적 모금액 작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3억9800만원
수원시 고향사랑기금 활용 사업으로 진행 중인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 교육 참여자 등 관계자들이 작품이 담긴 태블릿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올해 1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된 이후 수원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 지역 시민들이 기탁한 고향사랑기부금은 이웃의 꿈과 희망을 되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9월4일은 '고향사랑의 날'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에 근거를 두고 고향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대국민 공모와 심사·투표를 거쳐 지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전국에서 수원으로 답지한 고향사랑기부금을 슬기롭게 활용하고 있는 수원시의 기금사업을 소개한다.
■ '예술가' 후원하려면 수원에 기부!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4층 강의실 '채움터'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특별한 강의가 열린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손꼽아 기다리는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반' 수업이다. 이 수업의 가장 특별한 점은 수강생들이 모두 성인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모두 태블릿을 열었다. 각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열어 의도를 설명하고 함께 그림을 보며 감상을 나누기 시작했다.
가고 싶은 여행지 풍경 속 자신을 그린 자화상, 고흐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노란색을 사용한 자화상, 복잡한 내면의 모습을 표현한 자화상 등 자신만의 특색을 담은 작품들이 소개됐다. 단어와 말투는 조금 어눌했지만 서로 이름 대신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이야기에 경청하는 모습은 강의실을 수준 높은 감상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안미경 강사는 "작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는 방법을 찾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도했다. 이후 작가들은 화면을 확대하고 축소하길 반복하며 세밀하게 색과 선을 조정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 장애인 작가들은 다양한 인물화를 완성해 올해 말 전시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성인 장애인들이 편견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작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고향사랑기부금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2022년 한 기업으로부터 태블릿 기기 등을 지원받아 시작된 사업은 이듬해 운영비가 부족해지면서 기간을 축소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수원시의 고향사랑기금사업으로 발굴되면서 다시 올해부터 프로그램을 연중 내내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엔젤'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영기(32)씨는 디지털 드로잉 작품으로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는 영예도 맛봤다. 수업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수원시의 자매도시인 미국 피닉스시에서 열린 '2024 장애인 국제 예술가대회'에 출품 기회를 얻은 것이다. 소외와 차별 없는 사회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제출해 3등 상을 수상했다.
엔젤 작가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며 "계속 디지털 드로잉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원시가 고향사랑기부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짓는 '꿈과 희망'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모인 기부금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반 운영 외에 취약계층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고향사랑기금을 재원으로 지원되며 이웃의 희망을 싹틔우는 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한 시민이 이웃의 꿈과 희망의 거름을 만드는 후원자가 되는 셈이다.
지난달 중순에 진행된 '우리가족 힐링캠프'도 그중 하나다. 학대 피해 아동의 가족들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금을 활용해 수원시와 수원시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족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동 학대가 발생했던 다섯 가족이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 1박2일간 전문가들의 참여 아래 올바른 소통과 해결 방법을 배우고 함께 추억을 쌓으며 유대감을 강화하는 기회를 가졌다. 참여 아동들은 '가족끼리 사진을 많이 찍어서 좋았다'고 응답했고, 부모들 역시 '가족이 단합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홀로서기를 앞둔 자립준비청년들을 지지해주는 '밑천' 역시 수원시를 사랑한 사람들의 고향사랑기부금으로 마련한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란 청년의 주거 걱정을 덜어주고자 수원시가 지원하고 있는 셰어하우스 CON 입주자에게 매월 일정액을 적립해 퇴소 시 지원하는 데 고향사랑기금이 활용된다. 거주 2년 후 자립할 때 주택보증금 등에 보탤 수 있도록 수원시가 지원하는 목돈 마련에 기금이 포함된다.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셰어하우스 CON 퇴소자가 발생해 기부자들의 고향사랑기금이 자립준비청년에게 희망의 빛을 비출 예정이다.
장애아를 위한 지원사업도 2025년도 고향사랑기금 사업으로 선정돼 내년에는 지역 내 장애 아동에게도 고향사랑기금의 따스함이 전해질 예정이다. 수원시는 고향사랑기금 사업으로 수원지역에서 운영 중인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두곳을 이용하는 70여명의 장애아동용 안전교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응급 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자동제세동기(AED), 화재 시 원활하게 대피하기 어려운 장애 아동을 보호하는 안전방호담요 등의 맞춤형 물품도 마련된다. 또 혼자서 앉거나 서기 어려운 중증장애아가 많은 전문 어린이집에서는 착석보조기와 전방기립대 등을 구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지난 7월12일 집무실에서 '고향사랑e음'으로 제주도에 기부한 후 찍은 인증사진. /수원시 제공 |
■ 기부확산 앞장서는 따뜻한 수원
지난해 1월 시작된 후 지난달 말까지 수원시에 모금된 고향사랑기부금은 총 3억9천800만여 원(4천359건)에 달한다. 올해는 8개월간 782명이 7천407만5천300원을 기부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자매결연을 맺은 수원농협과 제주시농협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로 교차 기부하며 모금에 앞장서 눈길을 끌었다. 양 농협 직원들은 각각 수원의 쌀과 제주의 레몬을 답례품으로 선택하며 지역 특산물 소비도 촉진하는 모범을 보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의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고향)를 선택해 기부하면 최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되고, 초과한 기부금은 16.5%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또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기부한 지자체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어 10만원 기부 시 최대 13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e음(https://ilovegohyang.go.kr)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거나 전국 농협은행과 지역농축협 창구에서 기탁서를 접수할 수 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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