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년 경력 그림자 수사관' 하동환 前 국정원 대구지부장

입력 2024-09-12 18:56 수정 2024-09-12 22:3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13 11면

보안에 가려진 진실… 간첩은 우리와 멀지 않다


고리타분한 말 같아도 '생존 문제' 주장
北 대남공작 실태 등 국가안보 현실 담겨
경험담·개인 소회 등으로 사유 이끌어내
삽화까지 직접 그려 쉽고 흥미롭게 표현

하동환
하동환 前 국정원 대구지부장. /저자 제공

책표지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 표지.
조직특성상 신분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국가정보원 전 고위간부가 30년 경력 수사관으로서의 소신을 담은 책을 내놨다. 책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의 저자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1급 관리관)은 수사 경험담과 개인적 소회를 담아 '국가 안보'에 대해 사유하도록 이끈다.

하동환 전 지부장은 "국가 안보가 정권 유지 또는 반대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기에 고리타분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면서도 "국가 안보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1의 국정 목표가 돼야 한다"고 책을 펴낸 배경을 소개했다.

책은 국가 안보와 간첩의 위험성, 국정원 수사권 폐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던진다. 특히 올해부터 폐지된 국정원 수사권에 대해서는 수사관으로 살아온 하 전 지부장 만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2020년 12월13일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로 올해 1월1일부터 국정원은 간첩 사범에 대한 각종 증거 수집 내사 및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하 전 지부장은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이적지정'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이적지정을 입증하려면 보통 5년 이상, 15년까지 걸리는 사안도 있다. 국정원의 간첩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이 찾아낸 간첩이 어떤 국가 기밀까지 탐지했는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해외 내사가 필요한 간첩 사건들은 경찰에 아직 해외 간첩 수사나 과학수사 전문성이 국정원만큼 체계적으로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수사권 폐지뿐 아니라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한 사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이를 통해 간첩의 해악성과 북한 대남공작 실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엿볼 수 있다.

구성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담겼다. 검찰의 보도자료를 활용해 실제 국가 안보를 위협한 사례를 소개했고, 수사경험을 담은 쉬운 설명으로 간첩이 과거 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삽화까지 직접 그려 담으면서 재치와 유머를 보여준다.

하 전 지부장은 "간첩활동의 실체는 국정원도 알고, 간첩도 알고, 북한도 안다"며 "그럼에도 국정원은 수십년간 간첩만 잡았지, 추적하는 과정이나 사건의 상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보안이라는 이유로 국민들께 알리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들은 안보불감증이 일상화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간첩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사회·노동 등 각 분야에서 간첩조직은 은밀하게 자생하며 암약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코 이런 위험한 상황에 대해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밝혔다.

광명/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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