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공연] 복잡한 인간 심리, 섬세한 표현 …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더 드레서’

입력 2024-09-14 15:32 수정 2024-09-14 16:44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 캐스팅 /(주)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 캐스팅 /(주)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혼란의 시대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

마트 크로울리 원작 1968년 브로드웨이 첫 선

성소수자 인권 운동 시대 섬세하게 심리 그려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는 미국 극작가 ‘마트 크로울리’의 작품을 원작으로 1968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소비주의의 급증과 자본주의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흑인·여성·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일어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품은 동성애자의 삶을 진솔하게 다룬 첫 연극으로 미국 연극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을 받은 바 있다.

‘보이즈 인 더 밴드’는 뉴욕 고급 지역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한 아파트에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일곱 명의 게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생일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점점 술에 취해가며 유머는 험악하게 변하고, 위험하고 대담한 전화 게임을 통해 묻어둔 진실이 들어나는 인물의 심를 그린다.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 사이에서 방황하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생일파티의 호스트 ‘마이클’ 역에는 오정택·안재영이, 극 중 생일파티의 주인공이자 자기 혐오에 가득 찬 ‘해롤드’ 역에는 박은석·진태화·김바다가 함께한다. 해롤드는 작가 마트 크로울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대 뮤지컬 영화의 유명 안무가를 오마주했다.

마이클의 대학 친구이자 예상치 못한 손님으로 극 중 긴장감을 일으키는 ‘앨런’ 역에는 정상윤·이예준이, 동성애 ‘라이프스타일’을 거부하기 위해 정신분석을 받는 마이클의 친구 ‘도날드’ 역에는 김준식·김기택·곽다인이 무대에 오른다.

래리의 매력적인 애인 ‘행크’ 역에는 송상훈·허영손,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는 상업 예술가 ‘래리’ 역에는 강은빈·김아론,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동성애자인 자신을 사랑하는 ‘에머리’ 역에는 홍준기·홍순기·한민우가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어린시절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버나드’ 역에는 박영빈·김준호·지병현이, 생일 파티에 초대된 남자 매춘부 ‘카우보이’ 역에는 김한빈·박만준이 참여한다.

각기 다른 갈등을 안고 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이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연극 ‘보이즈 인 더 밴드’는 10월 8일부터 12월 29일까지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더 드레서’ 캐스팅 /국립정동극장 제공

연극 ‘더 드레서’ 캐스팅 /국립정동극장 제공

‘리어왕’에 빗댄 이야기로 우리 존재의 의미 다룬 연극 ‘더 드레서’

국립정동극장 12년 만에 연극… 송승환 복귀작

인간의 다양한 면모와 삶의 복잡성 입체적 표현

국립정동극장이 다음달 8일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완성시키는 연극 ‘더 드레서(The Dresser)’를 무대에 올린다. 삼연으로 찾아온 이번 작품은 국립정동극장이 ‘은세계’ 이후 12년 만에 선보인 연극 작이자, 송승환 배우가 ‘갈매기’ 이후 9년 만에 무대에 서는 복귀작이다.

‘더 드레서’는 작가 로날드 하우드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 착안한 작품은 하우드가 영국의 배우 겸 극단주였던 도날드 울핏의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5년간 의상담당자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을 모티브로 한다.

‘드레서’는 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 드레서 ‘노먼’은 단순히 의상 전담에 그치지 않고 늘 그림자처럼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지며 헌신을 자처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작품은 ‘관계성’이 돋보인다. 선생님은 관객과의 약속을 위해 폭격 속에서도 227번째 리어왕을 수행하는 의무감 넘치는 배우지만, 무대 위에선 안하무인으로 생떼를 부리는 노인으로 반대편에 존재한다.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하게 보필하는 드레서 노먼 역시 질투와 몽니를 불사하는 과감함을 보인다. 선명하길 바라는 사회에서 단순하고 명료하게만 답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와 삶의 복잡성이 작품에서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또 극중극 무대로 선보이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통해 후회로 점철된 인물 ‘리어’와 흐릿해지는 기억 앞에서 후회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인간 ‘선생님’이 비슷한 감정선을 그리며 작품의 흥미를 더한다. ‘선생님’ 역에는 송승환이, 선생님과 찰떡 호흡을 자랑할 ‘노먼’ 역에는 오만석·김다현이 함께한다. ‘사모님’ 역에는 양소민, ‘제프리’ 역에 송영재·유병훈, ‘맷지’ 여에 이주원, ‘옥슨비’ 역에는 임영우가 합류했다.

배우 송승환은 “실제 배우로, 제작사의 대표로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과 작품의 선생 역할은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며 “연기 인생 처음 배우 역할에 도전하며 여러모로 감정이입이 잘되는 캐릭터이다. 노인을 노인으로만 보지 않는 작가의 각본과 울고 웃으며 가식 없이 감정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배역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더 드레서’는 10월 8일부터 11월 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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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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