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보릿대로 빚은 자연의 빛깔… '맥간공예' 30년의 진화 '예맥회 32회 회원전'

입력 2024-09-22 18:57 수정 2024-09-22 19:2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23 13면

안양 엘몽끄 카페 갤러리서 10월 30일까지


1991년 수원서 이상수 원장 첫 전시
방향따라 변하는 색… 은은하고 영롱
회원 저변 넓혀 새로운 예술적 시도


예맥회 서른 두 번째 회원전
안양시 만안구 엘옹끄 카페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예맥회 서른 두 번째 회원전에 전시된 맥간공예 작품들. 2024.9.15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벌써 서른 두 번째 '예맥회전'이다. 1991년 백송(白松)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이 전수자 5명과 함께 수원에서 창립전을 연 후 매년 이어온 예맥회원들의 전시회다.

이제는 31명으로 늘어난 회원들이 수원·안양·천안·청주·광양 등 국내는 물론 중국·루마니아·러시아·프랑스·사이판·일본 등 해외까지 돌며 회원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일 안양시 만안구 엘몽끄 카페 갤러리(병목안로 20 스페이스타워)에서 회원전을 열었다.

2층에 자리한 카페 엘몽끄에는 평일에도 손님들이 북적인다. 바로 옆이 삼덕공원, 조금만 걸으면 맛집과 카페가 밀집해 안양 명소로 떠오른 '댕리단길'이다. 안양 시민들의 휴식처인 '병목안 시민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예맥회 회원전
안양시 만안구 엘몽끄 카페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예맥회 서른 두 번째 회원전에 전시된 맥간공예 작품들. 2024.9.15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카페를 들어서면 내부 벽면을 가득 채운 맥간공예 작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멀리서 보면 전통 자개공예 작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얇은 보릿대를 조각조각 잘라내 모자이크 기법으로 이어붙인 작품들은 은은하면서도 영롱한 금빛으로 반짝인다.



보릿대의 결과 빛의 방향에 따라 조금씩 색과 밝기가 달라져, 작은 조각 하나하나까지 뚜렷하게 살아난다. 자연에서 찾아낸 소재 '보릿대' 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전시된 31점의 작품들은 꽃과 화초, 동물, 사람 등 실제 주변의 자연을 소재로 한 것도 많지만, 용(龍)이나 봉황, 천사, 인어공주 등 전설 속 존재들도 많다. 행운과 복을 가져다 주거나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좋은 의미를 담은 존재들이다.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의 작품 ‘사신도 용봉호귀’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의 작품 ‘사신도 용봉호귀’ /예맥회 제공

이은지 예맥회 안양지회장의 작품 ‘연화공주’
이은지 예맥회 안양지회장의 작품 ‘연화공주’ /예맥회 제공
 

이번 회원전이 열린 안양은 이은지 안양지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1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지난 2019년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맥간공예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은지 지회장은 "전문 전시장이 아닌 카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 것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맥간공예를 접하고 감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허승미 예맥회 부회장, 이은지 안양지회장, 서은지 홍보부장, 이지혜 총무.
(왼쪽부터) 허승미 예맥회 부회장, 이은지 안양지회장, 서은지 홍보부장, 이지혜 총무.

올해 전시에서는 보다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독특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공간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서도 여백의 미를 살린 작품, 과감한 색채를 도입한 작품들이다. 30년 넘게 쌓여온 경험과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어우러진 모습이다.

31명의 예맥회 회원들은 그동안 외부의 지원 없이 순수 회비로 예맥회를 이끌어오면서 맥간공예의 저변을 넓혀 왔다. 해외 전시회를 통해서는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현지에 전해주는 '전통 외교사절'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전시를 잊지 못한 현지 교포들이 다시 초청을 해와, 내년에는 프랑스에서 회원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예맥회원들은 전시를 통해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에 기부할 예정이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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