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10년, 무얼 남겼나?

[인천AG 10년, 무얼 남겼나?·(上)] 하키연맹 공인도 못 받은 '선학'… 대부분 적자 갈길 잃은 경기장

입력 2024-09-22 20:18 수정 2024-09-24 13:1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23 3면

신설 경기장, 10년 후는?


건설비 1조 지방채 '市 부채 주범'
선학, 연내 보수후 공식대회 추진
연수구 유휴부지 '잔디공원 구상'

생활체육 활성화된 곳은 수지 개선
매년 운영비 70억 드는 주경기장
문화공간 확충 등 활용방안 고민


경기장이 남았다. 인천시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17개 경기장을 신설했다. 신설 경기장을 건립하는 데만 1조7천224억원이 투입됐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기장 신설 계획을 두고 인천시와 정부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국·시비 약 4천700억원이 투입된 아시아드주경기장 건설이 대표적 사례다. 인천시는 경기장 건설 사업비를 확보하고자 1조97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신설은 한때 인천시 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천아시안게임 신설 경기장은 동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 강화군 등 8개 지역에 흩어져 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체육시설로, 운동선수들의 훈련시설로, 각종 스포츠 대회장으로, 프로 스포츠단 홈구장으로 활발하게 사용되는 경기장이 있는 반면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곳도 있다. → 위치도·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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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1일 인천 연수구 선학하키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하키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 경기 모습. 이후 10년 동안 선학하키경기장에서는 한 차례도 공식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경인일보DB

■ 경기 못 치르는 하키경기장


'경기장' 역할을 상실한 선학하키경기장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 여자 하키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거머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로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공식 경기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학하키경기장에서 공식 대회를 치르려면 인조잔디 탄성, 안전구조물 설치 등 요건을 충족해 대한하키협회(국내 대회)와 세계하키연맹(국제 대회)으로부터 공식 경기장 공인을 받아야 한다. 선학하키경기장은 공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선학하키경기장은 인천시체육회 남녀 하키선수단 훈련, 타 지역 선수단의 전지훈련이나 친선 경기, 민간 체육행사 대관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공식 경기를 열지 못하는 하키경기장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진행할 보수 공사를 마치면 국내·국제 공인을 신청해 공식 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학경기장 운영 전반은 민간 체육시설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선학체육관은 평일 중 탁구와 배드민턴 강습을 진행하며, 일부 유휴 부지에는 파크골프장이 조성됐다. 인천시는 선학경기장 내부의 남은 유휴 부지를 연수구에 매각했다. 연수구는 해당 부지에 시민을 위한 잔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계양체육관.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활용했던 계양체육관. /경인일보DB
 

■ 적자 면치 못하는 경기장들

인천시설공단 또는 인천시체육회가 운영하는 아시안게임 신설 경기장들은 대부분 운영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공연 대관, 영화관, 카페, 스크린 골프장 등 여러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해마다 운영비 약 70억원이 투입된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 수지율(지출 대비 수입)이 각각 47.5%, 40.5%, 72.2%로 10억~2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는 지출 대비 수입이 각각 75.6%와 64.2%로 개선됐다.

양궁장과 벨로드롬이 있는 계양체육관과 하키장 등이 있는 선학경기장도 지난해 기준 운영 수지율이 각각 24.6%, 20%로 저조하다. 전문 사격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장과 훈련장 정도로 쓰이는 옥련국제사격장은 운영 수지율이 8.5%에 그친다.

동호인 등 생활체육이 활성화한 문학박태환수영장(56.3%)과 열우물테니스경기장·스쿼시경기장(47.2%)은 다른 경기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지율이 나은 편이다.

■ 여전히 고민 중인 활용 방안


아시안게임 개최 이후 10년째 경기장 운영이 어려운 것은 활용 방안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인천시가 풀어야 할 과제다.

가장 규모가 큰 아시아드주경기장 활용 방안에 대해 그동안 인천시는 '관광단지 조성' '대규모 미디어파크 유치'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 등을 검토하거나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인천시는 내년 준공 목표로 아시아드주경기장 부지 내에서 파크골프장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맨발 산책길 조성, 경기장 부지를 활용한 버스킹 공연 공간 조성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인천아시아드경기장사업단 나한주 단장은 "경기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문화 공간을 확충하는 등 더 나은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기장들도 행사·대회 유치에 치중하고 있을 뿐 뚜렷한 활용 계획이 없다. 옥련국제사격장은 올해 국내 규모 사격대회를 두 차례 열었는데, 앞으로 지역 대표팀과 해외 사격 대표단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주민이나 학생 대상 사격 체험 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강화체육관은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촬영 장소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유럽 등 해외는 전문 업체를 통해 경기장 자체를 브랜드화, 랜드마크화해서 수익을 내는 사례가 많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효율적 활용 방식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경기장 등 30여 개 체육시설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효율적 조직 운영과 수지율 개선 대책, 전문 체육인뿐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박경호 차장(문체부), 김희연·변민철 기자, 송윤지 수습기자(사회부), 조재현 차장(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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