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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신뢰 잃은 공동체

입력 2024-10-01 19:35 수정 2024-10-01 21:0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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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준 사회부 기자
"서로 의심하지 않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글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과 소란에 야탑역 인근에 사는 친구가 SNS에 올린 짧은 한 문장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 장소였지만 이제는 야탑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이런 의심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셀 수 없이 오갔던 야탑역이지만 이곳의 누군가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스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봤고, 평소 같으면 야탑역으로 정했을 약속 장소도 다른 곳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체에 대한 의심이 불안과 공포를 싹틔웠고,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공동체에 의심이 자리 잡았을 때 이를 걷어내기 위한 비용은 막대했다. 흉기 난동 예고글이 올라온 이튿날부터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매일 수십 명의 경비 인력을 야탑역 인근에 배치했다. 예고일이었던 지난달 23일에는 경찰특공대가 포함된 120여 명의 경찰력에 장갑차까지 투입됐다. 이날 야탑역에서는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의심해 신뢰가 깨진 공동체와 이를 회복하기 위해 투입된 사회적 비용을 보며 씁쓸함이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신뢰는 사회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신뢰가 일상생활을 예측 가능하고 단순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체가 존재할 때 의심에서 파생되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의 공간은 줄어들 것이다.

의심과 각자도생이 판을 치고 이것이 보통의 일상이 되고 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보호받고, 보호할 수 있는 공동체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축적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서로 의심하지 않는 공동체를 바라는 친구의 글이 더욱 힘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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