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수원시내 거리 곳곳에 내걸린 게시 기한 위반 정당 현수막에 추석 인사 등이 쓰여 있다. 이들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에 따라 허용된 표시기간(2주)을 촬영일 기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까지 초과했다. 2024.9.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지난 4·10 총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당현수막이 최근 또다시 난립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제정한 법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형국이다. 정당현수막은 2022년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나 신고 없이 정치적 현안 등의 내용에 대해 15일간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무분별하게 난립한 정당현수막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현수막 공해' 여론이 확산하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을 개정, 읍·면·동별 최대 2개 설치, 어린이보호구역·소방시설 주변 등 설치 불가 등의 강화된 내용을 추가했다.
행정안전부가 매달 발표하는 '시·도별 정당현수막 정비실적'에 따르면 경기도의 경우 총선을 앞둔 3월에 정비된 정당현수막이 1천331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4월 571개, 5월 423개로 감소했다가 6월 570개, 7월 822개, 8월 945개를 기록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업체가 철거 시점을 놓치거나 초선 의원들이 많아져 관련 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해명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정당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는 배경엔 목 좋은 곳을 계속 점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당현수막은 대로의 사거리처럼 유동인구가 많고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는데, 자진철거를 하면 그 자리에 상대 정당의 현수막이 내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의 당협·지역위원회가 자리 사수를 위해 새로운 정당현수막과 1대 1 형태로 교체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철거를 미루는 것이다. 게시기간이 끝난 정당현수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강제철거를 하게 된다. 정당현수막을 내건 당협(지역)위원장 입장에선 지자체가 강제 철거해 주면 1만원 내외의 철거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자진철거를 하지 않는 정당현수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게시기간이 지난 정당현수막은 당연히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불법광고물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정당을 상대로 법집행을 하는 자치단체는 거의 없다. 버젓이 내걸린 불법 정당현수막은 뿌리 뽑아야 할 폐기해야 할 특권의식이다. 이를 방치하는 자치행정은 불법의 도우미일 뿐이다. 불법 정당현수막을 법대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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