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와 관련 감사를 진행한 결과 감독 선임 과정에서 수차례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논란이 된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문체부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한 점, 불공정하게 이뤄진 점 등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그간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논란의 주된 이유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를 1순위로 한 최종 감독 후보군을 추린 뒤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점과 이후 이 기술이사가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문체부는 감독 면접 과정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기술이사는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등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해외에서 면접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만났고, 그를 1순위로 보고했다.
문체부는 다른 두 외국인 감독과는 달리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과 면접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했다고 했다.
홍 감독의 경우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이 ▲참관인 없이 기술이사 단독으로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 요청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홍 감독이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감독 선임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이사 중 일부가 정식 이사회에 회부 요청을 하거나 서면결의가 요식행위가 되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된 것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홍 감독의 거취에 대해선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7월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으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피겠다며 같은 달 말부터 감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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