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선임과정서 다수 문제 확인” 문체부 감사 브리핑

입력 2024-10-02 18:01 수정 2024-10-02 18:33
문화체육관광부 최현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0.2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최현준 감사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0.2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홍명보·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 발표를 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한 뒤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로 하는 등 최종 감독 후보군을 추린 뒤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기술이사가 이후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 2024.10.2 /연합뉴스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 2024.10.2 /연합뉴스

또 문체부는 감독 면접 과정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기술이사는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등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해외에서 면접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만났고, 그를 1순위로 보고했다. 문체부는 다른 두 외국인 감독과는 달리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과 면접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했다고 했다.

홍 감독의 경우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이 ▲참관인 없이 기술이사 단독으로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 요청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홍 감독이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감독 선임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이사 중 일부가 정식 이사회에 회부 요청을 하거나 서면결의가 요식행위가 되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다만 문체부는 3개월 가까이 축구계를 흔든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첫 번째 원인으로 ‘정몽규 회장이 정 위원장에게 외국인 후보자들을 만나고 오라고 지시한 것’을 꼽았다.

정 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1순위 후보인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자고 하자, 정 회장은 뒷순위였던 다른 두 외국인 감독도 직접 면접하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러자 정 위원장은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뒤를 이은 이 기술이사가 외국인 후보 면접부터 진행했다는 게 문체부의 주장이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정 위원장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그 협상(홍 감독과의 협상)을 추진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1순위 홍명보 감독 후보자부터 협상하라 했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연합뉴스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연합뉴스

문체부는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문체부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무력화됐다”면서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정몽규 회장이 직접 진행했고,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됐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는 지난해 1월19일 출범했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윤겸 전 충북청주FC 감독, 조성환 부산 아이파크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참여했다.

하지만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전력강화위가 구성되기 전부터 후보군을 추리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협상을 진행했다. 정관상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자문하는 기구인 전력강화위를 사실상 배제했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은 지난해 2월7일 후보자 5명의 화상 면접 결과를 보고 받고 1, 2순위 후보자는 직접 면접하겠다며 나섰다. 정 회장은 2월8~9일 실제로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적임자로 낙점돼 협상 끝에 같은 달 24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쥐었다.

이런 사례로 문체부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지휘한 최종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최 감사관은 정 회장이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인정했냐는 질의에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건 인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문체부 감사 내용 대부분을 반박하면서도 이사회 승인 관행 등 일부 사안은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축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관·대표팀 운영 규정은 감독 선임과 관련, 여러 상황에 대한 규정·세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명문화돼 있지 않은 일이 진행됐다해서 감독 선임 과정·결과가 일률적으로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문체부 발표는 ‘회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 ‘협회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형해화했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는 회장의 직무 범위와 전력강화위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사회 승인 관행 등 지적받은 일부 사안에는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 규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이사회 승인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 등 미비한 점을 보완해 실무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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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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