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내' 삶이 있는 곳
가족 구성원·라이프 스타일 변화 등 건축 공적역할 다뤄
'선언하는 집' 등 6개 주제로 구성 '인식의 전환점' 선사
풍부한 자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 내년 2월2일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 주거 공간인 '집'을 조망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다. 집은 시대의 환경과 문화, 주거에 대한 다양한 인식 등을 담아낸다.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제로 도시 속의 여러 주거 방식과 미학적 삶의 형식을 소개하는 전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채로운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의 전시 모습. 2024.10.14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현재 주거형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전시는 이런 한국 사회에서 대안적 선택으로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기후 위기 등에 능동적 삶의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만든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전시는 건축과 주거문화를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조망하고 있는 만큼 100평 이상의 고급주택은 지양하고, 건축가와 거주자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개별 필지 위주의 주택으로, 작가가 건물로 뚜렷한 성과를 낸 곳으로 선정됐다.
전시는 건축가와 거주자의 작품과 자료로 구성된 관람 중심의 2전시실과 이를 워크숍, 영화, 강연 등으로 확장하는 참여형 공간의 1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6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선언하는 집',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관계 맺는 집',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문 집' 등 30명(팀) 건축가의 58채 단독·공동주택이 소개된다.
'선언하는 집'은 집 내외부의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한다. 승효상의 '수백당'은 비워지고 채워지는 공간의 조화가 보이는 곳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바꾸도록 그린 집이다. 목적 없는 12개의 방으로 채워진 공간은 거주인이 의도에 따라 공간을 바꿔쓸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은 전형적인 4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 전통적 남녀 부부 역할에 대항한 공간 형식, 동식물과 공존하는 집, 핵가족이 모여 큰 가족 구성을 이룬 집들이 소개된다.
사적 공간이지만 다른 사회 구성원과 연결되는 '관계 맺는 집'은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집짓기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 '이우집'은 친구이자 동업자인 두 건축가가 한 필지를 나누어 지은 두 채의 집으로, 건축부대 비용을 아끼는 동시에 스스로 선택한 잘 맞는 이웃이 서로에게 주는 시골 주택살이의 즐거움과 위안이 인상적이다.
'잠시 머무는 집'에서 볼 수 있는 '고산집'은 11명의 가족이 공유하는 집으로, 생활 방식 변화에 따라 필요에 맞게 증축되고 변형됐다. 작업의 시작점은 어디인지, 집이 바라는 현재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집은 11명 가족의 새로운 삶을 담은 따듯하고 고즈넉한 집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의 전시 모습. 2024.10.14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이번 전시는 시간을 들여 전시장 중간마다 마련된 영상 에세이를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자료로 가득한 전시를 넘어 실제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에 대한 이해도를 훨씬 끌어 올린다.
보이는 주택 하나하나가 새로운 영감을 주고, 인식의 전환점으로 다가오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은 내년 2월 2일까지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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