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 ⑥

 

















 

 그런데 갑자기 홍영호가 정색한 표정으로 한 걸음 다가앉으며 입을 연다.
 “김 회장이 이렇게 나오시는데 나라고 가만 있을 수가 없군요.”
 “가만 있을 수 없다니요?”
 “나도 딸아이한테 뭔가를 주고 싶습니다. 아, 요즘은 민법도 바뀌었잖습니까. 꼭 아들한테만 재산을 물려 주던 시대는 지나갔으니까.”

 홍영호가 말을 잇는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우리 딸이 아들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주리 녀석 정말 능력 있는 아입니다.…여자로 태어나서 그렇지 만약 남자였다면 벌써….”
 “알고 있습니다. 암, 알고 있고말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 영림건설 주식을 양도한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맞아요. 김 회장이 그렇게 엄청난 액수의 주식을 양도하는 마당에 나라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우리 남강정유 주식 중의 일부를 딸아이한테 물려줄까 합니다.”
 “꼭 내가 한 일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으실 텐데요.”
 “천만의 말씀요. 안 그래도 우리 주식 중 30퍼센트를 기술 제휴 몫으로 미국의 오리온 오일이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몫을 찾아 나가겠다는 겁니다. 기왕 주식을 내놔야 할 형편이어서, 그 10분의 1을 딸애를 주고 나머지만….”
 “오리온 오일이 왜 손 털고 나간다는 겁니까?”
 “글쎄요. 자기들끼리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 하지만 내 보기엔 이번에 경영진이 바뀌면서 방만했던 조직을 축소 정예화한다는 발표를 하더니만 결국 그 여파가 아닌가 싶군요.”
 “그동안 오리온 오일이 30퍼센트나 갖고 있었던가요?”
 “정유 설비 기술 용역비에다, 시설 장비 구입조로….”
 “그래서 나머지 20퍼센트를 시장에 내놓으신다구요?”
 “당연히 내놔야죠. 몫을 찾아간다는데.”
 “그렇다면 제가 제의를 하나 하고 싶은데요.”
 “무슨 제의를?”
 “기왕 내놔야 할 거 남에게 주시는 것보다 모두 따님 몫으로 남기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하지만 그쪽에서 액면가대로 현찰을 요구하는 마당에….”
 “그야 양해만 해 주신다면 제가 변통을 해 드리겠습니다. 막말로 우리 영림건설 10퍼센트 중에서 3퍼센트만 할애해도….”
 “옳거니!”
 홍영호가 무릎을 친다.
 김상도로서는 얼얼한 취기와 아우를 잃고 난 낭패감 그리고 홍주리에 대한 미묘한 책임감 등이 발단이 되어 아주 순수한 기분으로 꺼낸 의견 제시였고, 홍영호 회장 역시 금상첨화란 표현을 써서 그것을 쾌히 승낙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의기 투합은 흡사 하늘을 찌를 듯했다. 시신도 없이 아우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하나 그 같은 어깨동무 의기 투합에도 불구하고 한껏 생색을 냈던 예의 영림건설 10퍼센트 주식 양도는 말 그대로 완벽하지 못했다.



 영림그룹 고문 변호사단에 의해 작성된 양도증서 내용을 보면 법적 수혜자는 분명 홍주리이지만, 고인이 된 김상수의 네 살짜리 딸 은경이가 법적 성인이 될 때까지 큰아버지 김상도의 동의 없이 주식을 함부로 매매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수혜자가 법적으로 재혼하는 경우 또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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