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골동품 이야기

[이종선 경기도 박물관장의 '명사와 골동품 이야기'·1]

   
 
  ▲ 이종선 경기도 박물관장.  
 
 한국박물관의 발전을 위해 30여년간의 외길을 걸어온 이종선 경기도박물관장이 말하는 `명사와 골동품'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월요일 지면을 통해 독자들을 찾아갈 이 관장의 이야기에는 골동품과 얽힌 명사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서울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대학원(박사과정)에서 고고학과 선사원사학(박물관학)을 전공한 이 관장은 70년대초 경주 고적발굴조사단 초기 일원으로 신라고분과 인연을 맺은 뒤 황남대총 남분, 천마총, 금관총 등이 왕릉임을 밝히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편집자 주〉

내가 재계의 거목 이병철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30여년전 지금의 삼성본관 28층 집무실에서였다. 그는 아주 곱게 늙은 편이었지만, 눈빛은 매우 날카롭고 차갑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한번 일을 벌여 놓으면 끝날 때까지 다른 일은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한 타입이다. 그런 든든한 바탕위에서 오늘의 삼성이 태어났고, 삼성이 있기까지에는 경영인 이병철이 뿌려놓은 탄탄한 기초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중의 기업', `기업의 육사'로 불리는 이병철의 삼성에는 몇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무조건 `돈 안먹기'이다. 옛날 `돈병철'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던 그는 돈먹은 직원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그냥 잘랐다. 그런 신조 때문에 그는 처신이 깨끗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고(故) 김원룡(전 서울대교수, 고고학) 박사를 무척 좋아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김 박사의 의견을 듣고 유물 구입이나 건립준비중이던 박물관사업 결정에 참고하였다. 김 박사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고 최순우 관장이나 이경성 전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이 이병철 회장의 자문역할을 함께 하고 있었다.

항상 어딘가 차갑고 무섭게 느껴지는 그런 그에게도 사춘기 소년같이 여리고 감성적인 면이 있었다. 와세다대학을 다녔던 전전의 일본세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가 보기에는 일본문화를 좋아하고 거기에 깊이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핑크색 와이셔츠와 멋쟁이 콤비양복을 즐겨 입었던 그는 `수요회'라는 골프모임을 주도하였는데, 경방의 김용완 회장이나 전 국무총리 김준성, 화가 월전 장우성 등이 그 멤버였다.



그의 취미는 골프와 미술품수집이었고, 양쪽 모두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골프는 홀인원을 몇 번 했을 정도의 실력이었고, 미술품수집은 주된 소일거리 중의 하나였다. 그가 언젠가 미술품수집을 하게 된 동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는 뛰어난 상재를 발휘하여, 젊은 나이에 대구에 삼성상회(지금의 삼성물산)를 설립하여 거부로의 첫발을 딛게 되었다. 초기에는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미술품을 주고 받기도 하고, 주로 대구지역의 서화가들의 작품들을 한 두점씩 모으게 되었고, 차츰 그 분야가 다른 쪽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살아 있는 서예인의 작품에서 옛날 고서화쪽으로, 또 도자골동쪽으로 다시 현대미술품으로까지 관심이 바뀌면서 대상이 확대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특유의 집중력이 발동하여 규모와 수준을 크게 늘려나가게 되었다.

당시만 하여도 지금처럼 재테크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서, 그가 골동품수집을 한다는 소문은 금방 퍼져 나갔고 그의 집에는 골동품을 소개하려는 발길이 줄을 이었다.

그중에도 특히 장아무개라는 거간이 이 회장의 신임을 톡톡히 얻고 있었고, 그가 이 회장에게 소개한 청자진사주전자는 훗날 호암컬렉션의 백미를 이루게 된다. 이 청자주전자의 입수는 세간의 커다란 화제가 되었는데,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유명한 ‘백지수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진사가 발려진 청자주전자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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