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푸르게·4 모범사례에서 배운다]日녹화사업 네트워크

정진오 기자

발행일 2006-11-16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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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도심 한복판 대형건축물 안팎엔 잘 가꿔진 `작은 공원'이 시민에게 쾌적함을 안겨준다  
 
일본 도쿄 도심 한복판의 주택가 중 세타가야구에는 세계 각국의 녹지관련 전문가들이 꼭 찾는 곳이 있다.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길게 늘어 선 녹도(綠道). `그린 웨이(Greenway)'라고 불리는 이 곳은 각종 나무며 꽃이 몇 ㎞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며 곳곳에는 생태연못인 작은 비오톱도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진입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이 녹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들었지만, 유지·관리는 지역 주민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 동네에 사는 야마구치(67)씨는 지역에 있는 학교 비오톱 사업과 이 녹도 관리에 정성을 쏟고 있다. 야마구찌씨와 함께 하는 자원봉사단체인 `비오톱 클럽'의 회원이 이 동네에서만 20명이 넘는단다. 야마구치씨는 “이런 일을 하고 싶어서 직장도 빨리 그만두고 싶었다”고 환경운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

   
 
  ▲ 일본의 초등학교에서는 주민들이 만든 '학교 숲'에서 어린학생들이 현장학습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 각 기관 사이의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져 있는 모습은 도쿄학예대학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대학은 독자적으로 `대학 숲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설 초등학교, 유치원,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것을 강조한다. 녹지보전 분야가 전공인 히구치 교수는 “학교 사업이라고 하지만 지역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 내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당국이 격의없이 얘기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협의·협력 관계가 잘 이뤄져 있다”고 네트워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에선 이미 잘 짜여진 네트워크화가 가정 속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주택가 어디를 가나 나무를 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아예 온 가족이 가꾸는 `작은 숲'을 집에 두고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 `자연'은 늘 가까이 두는 대상이다.

학교 녹화사업은 물론 도심 녹화에 이르기까지 일본 환경정책이 잘 뿌리내리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은 사회 각 구성원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가정, 관공서 등 환경 녹지 분야 업무가 서로 끊이지 않고 연결돼 있기 때문.

일본에는 학교 녹화의 근거를 제공하는 정부 구상 중 하나로 `에코 스쿨(ECO-SCHOOL) 계획'이란 게 있다. 모든 학교 시설은 철저히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설치하고,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계획이 4개 중앙 부처의 공동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공간을 놓고서 광역·기초 지방정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건물 정비와 유지·관리, 환경교육 활용 등을 맡는다. 이 중심 축을 사이에 두고 문부과학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환경성 4개 부처가 각기 다른 분야를 지원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문부성은 조사·연구 경비와 공립학교시설정비비용 등을 부담하면 환경성은 지구온난화 대책과 관련한 교육·시설 사업을 지원하고, 경제산업성은 태양광 발전 분야등 각종 사업을 담당한다. 농림수산성은 `임업·목재산업 관련 교부금'을 활용해 나무로 학교시설을 짓는 부분을 지원해 준다.

정부의 의지가 이처럼 강하다보니 사회전반의 분위기도 각 구성원 사이의 유기적 활동을 강조한다. 학교의 경우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자원봉사자, 시민단체 등이 한마음으로 생태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업무 영역도 철저히 나뉘어 있다. 학교 숲이나 비오톱의 경우 관리는 학교 당국이 전담하고, 지방자치단체 환경관련 부서에선 조언 정도만 해주고 있다. 전문적 의견은 환경단체로부터 듣는다. 물론 여기엔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와의 계약사업이 전제된다. 지자체는 환경단체에 비오톱 사업을 위탁시켜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선 환경산업도 발달해 있다. 대형 건축물을 세우기에 앞서 건물 안팎의 환경성이 우선 조건이 된 지 오래다. 옥상과 건물 밖은 공원이 돼 있고, 발전시설에서부터 조명장치 등 모든 부분이 친환경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큰 틀에서, 그러면서도 아주 세부적으로 녹화 생태 사업을 추진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 문제를 각급 학교, 지역 주민, 관련 시민단체 등과 유기적으로 받아들여 진행하는 일본의 `선진 친환경 사업'.

회색도시란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천시나 우리 정부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 많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우리나라에선 범 정부 차원에서 학교 녹화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도 않지만, 지방자치단체도 학교나 도심녹화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단체나 기관, 그리고 시민사회 사이의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이 사업 진행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학교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관리나 프로그램 운영 측면에선 주체가 뚜렷하지 않아 이 사업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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