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경기민예총 인권을 생각한다·1] 억압된 일상 되새기고 소수자 인권상 느끼고

경인일보

발행일 2006-12-04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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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사는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전시장에서 열리는 `일상의 억압과 소수자의 인권' 展을 앞두고 경기민예총(지회장·김영기)과 함께 `인권을 생각한다'란 주제로 릴레이 기고를 3주간(총 6회) 진행한다.

 경인지역 거주 작가들의 시와 에세이를 통해 우리안의 억압적 일상을 성찰하는 한편, 이주노동자, 장애인, 새터민, 국제결혼가정 자녀 등 우리 사회 소수자의 인권상황을 돌아본다.〈편집자주〉

성혼(成婚)

한국 청년과 베트남 처녀가

공장에서 마음 맞아서

장가가고 시집와서

젊은 부부가 되었다



시아버지가 자유수호전쟁에 참전하여

죽기 살기로 싸우다 병든 걸

며느리는 모르고

장인이 인민해방전쟁에 참전하여

죽기 살기로 싸우다 병든 걸

사위는 모른다



젊은 부부만

처가에서 혼례식 한 번

시가에서 혼례식 한 번

오고가며 두 번 올리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병든 바깥사돈들끼리

상견례하지 않았지만

저마다 속으론

청춘 남녀가 공장다니는 처지된 건

자기들이 전쟁한 탓도 있다면서

사위 며느리에겐 입 다물었다

   
 
  ▲ 하종오 시인  
 
 ●작가노트=적도 아니면서 적이 되어 전쟁을 한 아버지 세대의 질곡을 치유해 버리는 자식 세대의 결혼이 수시로 목격된다. 거창한 명제같은 것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베트남 처녀와 한국 청년의 성혼은 소중한 후손의 운명을 경건하게 잇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아버지들의 불행을 자신들의 행복으로 전환시키고 이 땅에서 새로운 모계 혈통의 선조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하종오(시인)=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님 시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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