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17

조봉삼이 혼자 헤죽거린다.

311986_29958_3142
'저것들이 다 엘리시온 허고 그 짓거리를 했단 말이제. 히히힛 우습다. 우찌 했을꼬?'



그 작고 좁은 구멍에, 거웃도 제대로 다 자라지 않은 둔덕에, 그 비릿한 곳에, 반듯이 누우면 경사면이 없어져 버리는 그 밋밋한 젖가슴에, 코와 입술을 박고 끙끙댔단 말이지.

조봉삼이 그들에게 한 걸음 두 걸음 거리를 좁힌다.

"안녕들 하쇼."

엉거주춤 인사를 한다. 하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웬 떨거지가 지랄이냐 식이다.

"내는 조봉삼임더."

외면 당하건 말건 조봉삼은 지방자치의원 후보 정견 발표하듯 또박또박 계속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안캄니꺼. 이렇게 만난기 오디 보통 인연잉교? 우리 통성명이나 하입시더."

그래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일어나거나 가까이 다가서서, 나 아무개요 하고 나서지 않는다. 나서기는커녕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별 거지 같은 놈 다 보겠네, 에잇 재수 없어.'

휙휙 돌아앉아 버린다.

조봉삼이 맨 먼저 다가간 쪽이 40대 배불뚝이다.

"인사 나눕시더. 누구신교?"

"왜, 그러슈!"

"……담배 한 대 얻어 핍시더."

"다 떨어졌수다!"

배불뚝이가 빈 갑을 사정없이 찌그러트려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그러모, 내 거 피우소."

조봉삼이 담뱃갑을 내민다. 그가 조봉삼과 두 팔목에 채워진 수갑을 번갈아 올려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와 안 피우요?"

"생각 없소."

"에끼, 쫀쫀헌 자석, 남의 호의를 무시허다니? 와, 수갑 찼다꼬? 무섭나?"

이번에는 흰머리 50대 쪽으로 다가간다.

"한 대 태우소."

그 역시 대응조차 불결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돌려 버린다.

"교수님인기요?"

고개를 젓는다.

"그러모, 공무원 맞는교?"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뭐 이런 개 뼈다귀가 있어?"

눈알을 허옇게 흘기고 있다.

'빌어묵을, 덩치 형사 말대로 너나 나나 한 구멍 동서 아니가. 그것도 여고 1년생 동서. 그래서 청소년 성매매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처지 아니가. 니나 내나 같은 처지에 귀한 몸, 천한 몸, 차별이 오디 있노? 씹헐, 수갑 찬 놈허고는 상대도 허기 싫다, 이기제? 아나 좆 겉은 놈, 이기나 쳐 묵어라!'

조봉삼이 수갑 찬 손목으로 감자를 까 먹인다.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생각할수록 덩치 형사놈 말이 백 번 옳다. 저 작자가 최고학부 학생을 가르치는 사회 으뜸 지도층 인사란 말인가.

'그래 학생들 앞에서도 그렇겠지만, 귀가 늦은 딸 운운 하며 여편네를 닦달, 자식 교육 어떻게 시키냐고 큰 소리로 근엄하게 나무랐을 테지. 험험험, 넥타이 고쳐 매며 온갖 위엄을 다 떨어댔겠지. 아마도 그래서 조봉삼을 불결하다는 식으로 외면했겠지. 나야 재수 더러워 어쩌다 이렇게 내몰렸지만 너 같은 부류와는 근본적으로 달라. 가까이 오지마. 제발 한 발자국도 떼지 마!'

흰머리 50대는 분명히 그런 눈빛이다.

'에라이 썩을 노무 자석, 퉤퉤퉤.'

실제로 조봉삼은 카악 가래를 끓어 올려 시멘트 바닥에 타악, 소리나게 뱉어 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젊은이에게 접근한다.

"안녕하쇼."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