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카인의 아침 ⑦
"뒷범퍼를 겨냥해 받았으니까요."
"고의로 박은 거지? 그렇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뒤쫓아 가서 잡을까요?"
"이 고물차로 놈들을 어떻게 잡아? 관둬! 그냥 가."
미니버스가 틸틸거리며 천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찻속이 찬물 끼얹어 놓은 듯 조용하다. 어색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일신시키겠다는 듯이 "참, 윤 대리." 박준호가 입을 연다.
"예, 선생님."
"혹시 지사 사무실로 나 찾는 전화 안 왔었소?"
"아, 왔었습니다. 두 시간 전쯤 해서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중동의 무슨 뱅크라고 했습니다."
"걸프은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박준호가 말을 잇는다
"아부다비의 걸프."
"맞습니다…. 걸프은행의 무하마드 씨라고 했습니다."
"다른 메시지는 없구요?"
"아닙니다. 전화 해 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전화번호는?"
"죄송합니다. 사무실에 두고 왔군요. 어떻게 하죠?"
"괜찮소.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그분이 묵고 있는 호텔은 알고 있습니다. 메트로폴입니다. 곧장 그리로 갈까요?"
"우리 숙소는 어딥니까?"
박준호가 묻는다.
"숙소요?"
윤 대리가 곽칠복 사범의 눈치를 힐끔 본 다음, 더듬더듬,
"당연히 호텔로 모셔야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이해해 주십시오."
윤 대리 말을 곽칠복 사범이 가로챈다.
"솔직히 말해 아직 지사 사무실도 변변히 마련하지 못한 형편입니다. 관장님 성격에 지사 사무실은 베트남 정부청사가 있는 신시가지 빌딩을 진즉 임대하셨을 테지만… 임시로다가, 태권도장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구 있구요. 숙소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러모, 우리도 도장에서 자고 묵고 해야 됩니꺼?"
조봉삼은 벌써 볼멘소리다.
"내는……. 도장은 마, 씰미가 나는기라."
고수길이 너 자식 왜 이래? 식으로 조봉삼의 옆구리를 찔렀는데도,
"행님! 내 말 틀렸능교?"
되레 박준호를 향해 항의조로 다그친다. 외국까지 나와서 또 그 지긋지긋한 도장에서 잠자야 되느냐는 하소연이다.
"곽 사범… 부탁이 있는데요."
박준호의 말에 곽칠복 사범이 대답한다.
"말씀하십시오."
"여기 하노이에 절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절이라뇨? 사원 말입니까?"
"네, 사원… 아무데나 좋습니다. 가까운 곳에 들렀다가 숙소로 갔으면 싶은데요."
"절에서 보실 일이라도…."
"잠시면 됩니다."
베트남 청년 탄차우가 운전하는 미니버스는 호안키엠 (還劒)호숫가에 멈춘다. 소규모 사원 앞이다. 이름이 우엔추오다. 그러니까 하노이 중심에 호안키엠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셈인데 우리나라 여의도 반쯤 되는 크기다.
그 오른쪽이 구시가지고, 왼쪽은 신시가지다. 오른쪽 구시가지는 2천 년 역사가 숨쉬는 전형적인 고도다. 그래서 왕궁이 있고, 침략자를 물리친 영웅들의 무덤이 있다.
그때 왕도의 이름이 탄롱이던가. 고색 찬란한 작은 건물들과 잡다한 재래식 시장, 거미줄 같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협소한 서민 주택, 흡사 과일 상자를 줄줄이 늘어 놓은 것 같은 상가, 밟을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나는 목재 다리 등 그 어느 때고 북적대는 인파가 끊긴 적이 없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도시다.
카인의 아침 ⑦
"뒷범퍼를 겨냥해 받았으니까요."
"고의로 박은 거지? 그렇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뒤쫓아 가서 잡을까요?"
"이 고물차로 놈들을 어떻게 잡아? 관둬! 그냥 가."
"예, 선생님."
"혹시 지사 사무실로 나 찾는 전화 안 왔었소?"
"아, 왔었습니다. 두 시간 전쯤 해서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중동의 무슨 뱅크라고 했습니다."
"걸프은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박준호가 말을 잇는다
"아부다비의 걸프."
"맞습니다…. 걸프은행의 무하마드 씨라고 했습니다."
"다른 메시지는 없구요?"
"아닙니다. 전화 해 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전화번호는?"
"죄송합니다. 사무실에 두고 왔군요. 어떻게 하죠?"
"괜찮소.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그분이 묵고 있는 호텔은 알고 있습니다. 메트로폴입니다. 곧장 그리로 갈까요?"
"우리 숙소는 어딥니까?"
박준호가 묻는다.
"숙소요?"
윤 대리가 곽칠복 사범의 눈치를 힐끔 본 다음, 더듬더듬,
"당연히 호텔로 모셔야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이해해 주십시오."
윤 대리 말을 곽칠복 사범이 가로챈다.
"솔직히 말해 아직 지사 사무실도 변변히 마련하지 못한 형편입니다. 관장님 성격에 지사 사무실은 베트남 정부청사가 있는 신시가지 빌딩을 진즉 임대하셨을 테지만… 임시로다가, 태권도장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구 있구요. 숙소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러모, 우리도 도장에서 자고 묵고 해야 됩니꺼?"
조봉삼은 벌써 볼멘소리다.
"내는……. 도장은 마, 씰미가 나는기라."
고수길이 너 자식 왜 이래? 식으로 조봉삼의 옆구리를 찔렀는데도,
"행님! 내 말 틀렸능교?"
되레 박준호를 향해 항의조로 다그친다. 외국까지 나와서 또 그 지긋지긋한 도장에서 잠자야 되느냐는 하소연이다.
"곽 사범… 부탁이 있는데요."
박준호의 말에 곽칠복 사범이 대답한다.
"말씀하십시오."
"여기 하노이에 절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절이라뇨? 사원 말입니까?"
"네, 사원… 아무데나 좋습니다. 가까운 곳에 들렀다가 숙소로 갔으면 싶은데요."
"절에서 보실 일이라도…."
"잠시면 됩니다."
베트남 청년 탄차우가 운전하는 미니버스는 호안키엠 (還劒)호숫가에 멈춘다. 소규모 사원 앞이다. 이름이 우엔추오다. 그러니까 하노이 중심에 호안키엠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셈인데 우리나라 여의도 반쯤 되는 크기다.
그 오른쪽이 구시가지고, 왼쪽은 신시가지다. 오른쪽 구시가지는 2천 년 역사가 숨쉬는 전형적인 고도다. 그래서 왕궁이 있고, 침략자를 물리친 영웅들의 무덤이 있다.
그때 왕도의 이름이 탄롱이던가. 고색 찬란한 작은 건물들과 잡다한 재래식 시장, 거미줄 같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협소한 서민 주택, 흡사 과일 상자를 줄줄이 늘어 놓은 것 같은 상가, 밟을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나는 목재 다리 등 그 어느 때고 북적대는 인파가 끊긴 적이 없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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