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카인의 아침 ⑩

"네, 행님"

"알긴 뭘 알아?"



"압니다. 행님."

"좋아, 너 베트남에 왜 왔어? 관광하러 온 거야?"

"아임니더."

"여자가 싼 나라니까 여자 재미 보러 왔어?"

"아니라 카이."

"술 마시고 노래하러 왔어?"

"……행님, 아니라 안 캅니꺼."

"일류 호텔 풀장에서 몸 자랑하고 싶어 왔어?"

"아이고 죽겠네, 행님─."

박준호가 더 준엄한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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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중대한 임무를 띠고 왔다. 우리의 임무를 달성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생사에도 관련이 있어.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된다. 난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을 각오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야, 조봉삼!"

"네, 행님."

"너, 수갑차고 공항에 달려 온 거, 여자 때문이지?"

느닷없는 질문이다.

"행님…… 그건……."

"우물거리지 말고 대답부터 해!"

"……뭐, 그러타쿠모, 그러타고 헐 수도 있것씸다마는……."

"이 자식!"

박준호가 녀석을 강렬하게 쏘아 본다.

"야, 형님이 말씀하시잖아!"

고수길이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임으로 독촉한다. 조봉삼이 어쩌는 수 없다는 듯이 오만상을 찌푸리고 대답한다.

"맞씸더, 행님. 고모가 아니라 여잡니다. 여자 때문에……."

"그만!"

박준호가 말을 잇는다.

"봉삼이 너부터 마음을 닦아! 아니, 닦고 비워. 깨끗이! 여자를 여자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을 훈련시키란 말이야.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아?"

"알것씸더."

"대답만 시원시원 하지 말고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해 보이란 말이야. ……우리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이겨야 한다. 내 마음부터 완전히 비워야 한다. ……이 봐, 고수길!"

"네, 형님."

"싸움을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 먹고 물러서는 것도 심신을 단련하지 못한 소치야, 알겠어?"

고수길은 아무 응대도 하지 않는다. 비행기 속에서도 거론했던 통킹 만 가스 개발권에 대한 고수길의 주장을 은연중에 꾸짖는 말이기 때문이다.

"왜 대답이 없어?"

박준호가 엄중한 목소리로 계속한다.

"심수심을 조절할 수 있다면, 위빠사나를 이해하는 일이고, 위빠사나를 이해하면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법이야, 이것 봐!"

"네, 형님."

"지금도 두렵고, 무섭나?"

"아닙니다."

"무섭지 않다구?"

"네, 무섭지 않습니다."

"좋아. 자, 지금부터 너희는 나를 따라 행동한다."

박준호가 사원의 내부를 향해 두 손을 모은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한 다음, 조용하게 입을 연다.

"어느 나라건 그 나라 법도를 먼저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우리 무도인의 자세다. 알겠는가?"

"네, 행님."

"네, 형님."

박준호가 당부하듯 말한다.

"지금부터 코로 길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은 아랫배 단전으로 한다. 한껏 들이마시고 뱉는 것은 여러 번 잘라 반복한다. 알았나?"

"네, 알것씸더."

"그리고 복창한다. 위빠사나!"

"위빠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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