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카인의 아침 ⑬

어쨌거나, 빅토리 태권도장은 생각보다 큰 건물이다. 2층이다. 도합 100여평이나 될까, 아래층은 더 넓다.

후원이었던 곳을 가건물로 달아 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대충 눈가늠으로도 150평이 넘어 보인다.



박준호 일행의 숙소는 2층이다. 호텔처럼 방이 여럿이다. 호텔같이 아늑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불편하거나 옹색하거나 쾨쾨하지 않다. 그런 방 두 개를 터서 동방전자 베트남 지사 사무실로 쓰고 있다.

동방실업 사무실 옆이 식당이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데도 잘 정돈되어 있고, 청결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인상적인 곳은 김만상 관장의 살림집이다. 2층 베란다쪽 거실이 온통 화분으로 꽉 차 있다. 흡사 식물원 분위기다. 여러 색깔로 조화를 이룬 패랭이꽃, 주머니에 또 주머니가 매달린 것 같은 금낭화, 황금인 양 샛노란 금붓꽃, 우리나라 구절초 모양을 닮은 희디흰 꽃더미……. 어디 그뿐인가. 이름 모를 열대 넝쿨이 길게 뻗어 있고, 줄기줄기마다 피빛인 양 새빨간 꽃이 매달린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 집 사람 취미가 꽃 가꾸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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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상이 막상 자랑하는 것은 집 안의 꽃 장식이 아니라, 그의 아내다. 베트남 여자 특유의 가냘픈 몸매에 미모 또한 따온 반달 격이다. 곽칠복은 그녀를 관장님 사모님으로 부르지만 김만상보다 무려 열다섯이나 적은 스물 한 살이니, 사모님이라기 보다 혼기 앞둔 아릿다운 처녀 모습이다. 이름이 호아 투이 뚜엔이다. 굳이 뜻을 달자면 수선화란 뜻이다. 호아는 꽃이고 투이 뚜엔은 물가에 피는 식물이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모습과 수선화의 이미지가 너무 흡사하다. 나긋나긋하고 청초하고 깔끔하고 향내나는 꽃…… 더구나 수선화의 유래가 나르시스 아니던가. 미청년 나르시스가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자살한 곳에서 불쑥 피어난 꽃이 바로 수선화아니던가.

호아 투이 뚜엔은 베트남에서 미인이 그 중 많이 태어나기로 유명한 중부 출신이다. 더 정확히 베트남 민족의 영웅 후치밍의 고향인 '응애안'이다. 미인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미인이 소수 민족인 무웅족인데 김만상의 젊은 부인이 바로 무웅 족속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춘사월 수선화처럼 방긋방긋 잘 웃는다. 박준호에게 특히 더 그러하다. 마주치기만 해도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펴며 "짜오안"이라고 파랑새 울듯 낭랑하게 인사를 하곤 한다.

"행님만 사람이가? 와 우리한테는 눈길 한 번 안주는 기가?"

조봉삼의 심통이 벌통이 되기 시작한다.

"야, 관장님 사모님이야. 사모님이 왜 우리한테 눈길을 주냐?"

보다못한 고수길이 한마디한다.

"사모님은 머 여자 아녀?"

"어어, 너 형님 말씀 벌써 까먹었어? 여자를 여자로 보지 말고 사람으로 보라고 몇 번 말했어?"

"치아라 그마. 여자는 다 여잔기다. 여자가 우찌 남자 되노?"

"여자를 남자로 보라는 것이 아니고, 여자를 너처럼 섹스 상대로 보지마라 그 뜻이라구."

"고가 니는 저 여자가 그냥 싸모님으로만 보이나?"

"그럼, 임마."

"야이 자석아. 양심 속이지 말거라."

서류와 씨름하는 일이 지겨운지, 고수길은 숫제 열던 자료를 덮어 버리고 연극 배우 연기하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욕망은 누구에게나 오는 법, 그러나 그것을 눌러 이기느냐 못이기느냐에 따라 사람도 되고 짐승도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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