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서 춤추는 보릿대 오묘한 '황금빛 세상'

이유리 기자

발행일 2007-02-16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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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과거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보리가 파랗게 자라고 있는 봄철, 곳간의 쌀은 떨어져 보리라도 빨리 수확하기만을 기다렸던 시기다. 보리는 그만큼 우리 식생활의 어려움을 표현해주는 5곡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보리가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가장 한국적이면서 독특한 공예로 평가받고 있는 맥간(麥稈)공예가 그것. 정겨운 농촌의 풍경을 간직한 아름다운 맥간공예의 세계로 떠나보자.

지난 13일 수원 장안구민회관 1층 로비. 사람들은 보리 향기가 나는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신기한듯이 강사들의 손놀림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16일까지 이곳 노송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맥간공예 전시회인 '보리행복'전에 맞춰, 맥간공예 시연회를 선보이는 자리. 평범한 보리 줄기가 강사들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주부 김지혜(38)씨는 "처음에는 자개인 줄 알았다"며 "이렇게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줄기가 고급스러운 예술품으로 바뀌는게 너무나 신기하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마침 다가오는 정해년에 맞춰 귀여운 돼지 신랑과 신부를 만들어보는 자리로 꾸며지자, 어린 아이들까지 맥간공예가 도전에 나섰다. 풀로 붙이고, 가위질하는게 대부분인 맥간공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어렵지않게 재미를 붙이는 모습이었다. 맥간공예 전문강사 이수진(35·여)씨는 "맥간공예가 굉장히 고급스럽게 보여서,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오해를 많이 한다"며 "사실 맥간공예만큼 친근한 소재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공예도 드물다"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주문했다.

   
 
  ▲ 보리줄기를 이용 '황금빛 은은함'이 매력인 맥간공예를 처음 선보인 이상수씨가 문하생들과 함께 대형 쌍룡도(雙龍圖)를 작업하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맥간공예는 자연 고유의 소재인 보리의 줄기를 가지고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 공예 기법을 합해 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예술장르이다. 화려함과 은은함을 동시에 자아내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맥간공예는 크기와 형태에 관계없이 원하는 문양을 넣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소재 특성상 섬세한 부분까지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 이를 응용하면 사진액자, 보석함, 찻상, 병풍, 가구 등 예술적 아름다움을 곁들인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비슷한 효과를 주는 자개와 비교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점. 자개는 목재에만 장식이 가능하지만, 맥간공예는 철재, 석재, 목재 어디에도 장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체감도 남다르다. 보릿대 고유의 결방향을 이용, 붙일 때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붙이면 굳이 다른 기술을 이용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체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결이 엇갈리는 곳에서 빛이 굴절되면서 음영의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빛을 닮은 색상과 빛깔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도 맥간공예의 또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이 맥간공예가 탄생한 곳은 수원. 수원시 권선시장 인근에 자리한 '맥간공예 연구원'에 들어서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황금색의 오묘한 세계에 빠지게 된다. 20여평 남짓한 지하 작업실 사방에 크고 작은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기 때문. 관음보살의 그윽한 미소, 민화 속 호랑이와 거북 등 한국적인 소재 뿐 아니라 성모 마리아, 로보트 태권V 등 현대적이고 서양적인 작품도 보인다. 이렇듯 다른 느낌의 작품이 같은 소재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곳은 맥간공예의 창시자인 이상수(49)씨의 작업실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그는 대형 쌍룡도(雙龍圖)를 작업하고 있었다. 그의 문하생인 오윤숙(38), 오명의(39)씨도 스승의 작업을 지켜보며 도와주고 있었다. 이씨는 쌍룡도 작업 과정을 설명해주며 맥간공예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았다. "우리 손끝에서 보릿대가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맥간공예 자체가 보릿대에다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거든요. 보세요. 이렇게 약하디약한 보리줄기가 저렇게 꿈틀거리는 용으로 탈바꿈해 숨을 쉬고 있잖아요."

오명의씨도 옆에서 거든다. "맥간공예 자체가 자연 소재로 만들어져서 일단 부담이 없죠. 또 모자이크 기법으로 만들어져서 다 끝내고 나면,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커요. 또 시간이 지날수록 황금빛이 짙어지고, 색깔의 깊이가 더해져 고급스럽기도 하죠."

   
 
그래서일까. 그들처럼 보리의 빛깔과 향기에 취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원장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제자들이 현재 수원, 천안, 광주, 대전 등에 강좌를 마련하고 맥간공예를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급 과정 각각 3개월씩, 맥간공예를 마스터하는데 1년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배우기 쉬워서 취미로 하기에 그만이다.

또 맥간공예는 아이들 교육 현장에서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오리기와 같은 행위가 아이들의 지능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 의해 알려져 있다. 또 오리고 붙이는 그 자체로서 좋은 놀이가 되고 쉽게 오리고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오산에서 강좌를 열고 있는 오윤숙씨는 "작업의 집중도가 커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손동작이 많아 태교하는 엄마들도 관심이 많다"며 "특히 작품의 고급스러움 때문에 선물용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또 "각 지역 자치센터나 여성회관에서도 1주일에 1번씩 배울 수 있는 강좌가 마련돼 있다"며 "1달에 약 1만원의 수강료로 배울 수 있는 등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예란


공예(工藝·Crafts)는 실용적 가치와 미술적 가치를 겸해서 가진 조형품의 총칭이다.

공예는 생활에 유용한 물건을 제조하는 공업과 미를 창조하는 예술의 두 영역이 중첩되는 곳에서 성립된다. 근대의 예술 관념이 성립되기 이전에는 공예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아, 예술과 공업은 미분화된채 통일되었으므로 모든 조형품이 공예이기도 했다. 오늘날의 공예가 새로 인식되게 된 것은 19세기로, 특히 영국의 미술과 공예운동에 의해서였다. 일반적으로 비교적 소규모의 조형에 한정시켜 건축에 포함시키지 않는 공예는 도예, 금공, 염직, 글라스 공예, 가구 등 그 분야가 광범위하며, 전통적으로는 수공예에 의한 것이 주가 되지만, 근대 기계화에 의한 제품도 포함시킨다. 이러한 공업 제품에 대해서 현대에는 산업 디자인이라는 독립된 조형 활동의 분야가 있다. 한편 오늘날에는 공예라는 이름 아래 실용성이 전혀 없는 자유로운 조형이 시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도 21세기 감성의 시대에 예술성과 실용성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예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지역주의의 상징이었던 문화가 국가의 전략 상품으로 발전되는 등 공예산업 시장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생활공예동호인 증가와 전세계 관광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공예 문화상품의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태다.

비교적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맥간공예 뿐만 아니라 목간공예, 금속공예, 유리공예 등도 옛날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요즘에는 설탕공예, 빨대공예 같은 특이한 공예품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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