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대결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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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고삐를 사정없이 감아 쥐고 달래 보지만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말의 소요를 저지시킬 수가 없다.

"워· 워·워!"

그래도 한사코 매달린다. 역부족이다. 이번에는 말이 길길이 뛰어오른다. 물론 모터보트 때문이다. 모터보트가 바로 무하마드 코앞에 쳐 박히듯 정지한다. 그래도 여전히 굉음을 내지르고 있다. 무하마드 씨가 말에서 떨어져 나가 허공을 한 바퀴 회전하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힌 것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터보트 사내들이 뭔가를 움켜쥐고, 성능 좋은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

"손들엇!"

실제로 총을 겨누고 있다.

그것도 최신형 기관 단총이다. 브라우닝 엠 파이브라든가. 박준호가 탄 말도 무하마드처럼 요동을 쳤지만 박준호는 고난도 기술을 보유한 서커스 단원인 양 간신히 매달리는데 성공한다. 물론 박준호에게도 총이 겨냥되어 있다.

"꼼짝 마라! 서툰 짓 했다간 벌집될 줄 알아!"

무하마드는 땅바닥에 누운 채로 손을 번쩍 든다. 박준호도 손을 든다.

"말에서 내려 와!"

어쩌는 수 없다. 감아 쥐었던 고삐를 풀고 천천히 말에서 내린다. 하나 그뿐이다. 그들은 박준호에게는 별반 관심이 없다. 키 작은 동양인이라서 그럴까. 한 녀석이 총구를 박준호 등을 겨누고 있었지만, 그녀석조차 눈길은 무하마드에게 주고 있다.

'아니, 저 자식은…….'

박준호가 한 번 더 확인한다.

틀림없다. 세 사람 다 비행기 조종사용 특수안경으로 얼굴은 반쯤 덮었지만, 그중에 한 놈은 메트로폴 호텔 12층에서 만났던, 아니 무하마드가 묵고 있는 스위트 룸의 방문을 열기 위해 날카로운 쇠붙이로 열쇠 구멍을 후비던 바로 그 녀석이다.

브라운 머리를 사자 갈기처럼 흩날리고 있다.

"뭘 원하오?"

무하마드가 땅바닥에 누운 채로 말을 잇는다.

"돈이라면…… 총을 겨눌 필요가 없소. 왜냐하면 승마 클럽 탈의실에 가면 지갑이 있으니까."

그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시늉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거 몽땅 다 주겠소. ……이제 됐소?"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몸을 탈탈 털고 일어선다.

"야, 이 새꺄!"

그중의 한 녀석이 반쯤 일어선 무하마드의 가슴을 구둣발로 사정없이 내지른다. 퍽, 소리가 날 정도다

"억!"

그가 다시 나뒹군다.

"자비르 일 할리파 무하마드 맞아?"

구둣발을 내지른 사내가 추상 같은 목소리로 호령한다. 무하마드가 깜짝 놀라는 기색이다.

"맞느냐고 물었잖아!"

그가 총구로 무하마드 입술 주변을 무자비하게 찌른다. 총구에 의해 일그러진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그가 대답한다.

"아니, 내 이름을 어떻게……."

"직업은 걸프은행 투자 자문역!"

"맞소, 난……."

"이 새끼!"

이번에는 다른 사내다. 머리가 헝클어진 바로 그 브라운이다. 그가 월드컵 예선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낸 최전방 공격 선수처럼 정확하게, 그러나 어떤 골키퍼도 잡을 수 없게 강력한 파워킥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것은 435그램의 가벼운 축구공이 아니다. 무하마드의 얼굴이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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