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17>

경인일보

발행일 2007-03-29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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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③

   
 
   
 
조봉삼의 고함 소리 또한 그에 못지 않다. 아무리 고릴라처럼 큰 체구라 해도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다, 태권도, 합기도 고단자의 날렵한 운동 신경은 어디 내놔도 결코 뒤지지 않는 조봉삼이다.

그는 객사 기둥 같은 두 다리를 쩍 벌리고, 두 팔을 고릴라처럼 들어올린다. 흡사 방어율 영점대의 골키퍼 같다. 절대로 점수는 허용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분기탱천해 있다. 조봉삼은 떨어지는 여자를 겨냥하며 위치를 이리저리 바꾼다.

'어서 와라, 어서!'

드디어 여자가 폭풍처럼 조봉삼에 들이닥친다.

"어멋!"

"얍!"

조봉삼은 기합을 넣는다. 그리고 그녀를 안전하게 끌어안는다. 말 그대로 성공이다. 성공적인 안착이고, 성공적인 방어다. 그러나 아무리 객사 같은 다리라도 가속력 받은 여자의 몸체를 아무런 반동없이 받아 안을 수는 없다. 비틀비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그대로 넘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도 조봉삼도 몸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벌렁 나자빠진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엉덩방아가 고작이다. 하나 그 반동으로 인해 정방위로 끌어안았던 그녀를 놓치는 꼴이 되었고, 그녀 역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뭔가를 움켜쥐는 순발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일이 풀리려면 그런 절묘한 해프닝이 벌어지는 법이다.

조봉삼의 경우가 그러하다. 조봉삼이 그렇게도 자랑해 마지않는, 게다가 계단 위의 여자를 보며 햐, 거 삼삼하다 반응과 함께 탱탱해질대로 탱탱해진, 흡사 어른 팔뚝만하게 꼿꼿해진 그것일 줄이야. 말 그대로 조봉삼의 트레이드 마크다. 여자는 한동안 그것을 놓지 않고 있다. 계단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괜찮냐고 달려 들었고, 응급실에서는 이동 침상까지 밀고 나올 지경으로 주위가 떠들썩 해졌는데도,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움켜쥐고 멀뚱멀뚱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괜찮으세요?"

달려온 베트남 간호사가 묻는다.

"괜찮아…… 괜찮……."

그때까지도 오른손은 그대로다. 조봉삼은 이런 호사가 어디 또 있느냐는 식이다. 해죽해죽 미소를 머금고 그녀에게 하체를 통째로 내맡기고 있다.

하지만, 하늘로 붕붕 뜨는 듯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그녀의 모습 때문이다. 분명 계단 위에서 있었을 때의 얼굴은 아르므아르 양이었는데, 떨어지는 여자를 기껏 받아 안고 보니 그게 아니다. 그처럼 콧대 높이 세우고 찬바람 쌩쌩 날리던 아르므아르 양이 아닌 것이다. 처음 보는 여자다. 나이도 아르므아르 양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인다. 몸매도 더 통통하고 허리도 개미가 아니다. 여우쯤 되는 것 같다. 검정색 원피스에 검정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빌어묵을, 기왕지사 비단치마였시모 올매나 좋았씰꼬?'

하나 더운 거 찬 거 가릴만큼 여유작작한 조봉삼이 아니다. 주어지는 기회만해도 그 얼마나 감지덕지인가. 막말로 하늘이 내리지 않고서는 절대로 올 수 없는 행운이다.

"선생님, 뭐 하고 계세요?"

베트남 간호사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듯이 귀엣말로 소곤거린다.

"내가 뭘?"

"잡고 계시잖아요. 지금?"

"내가?"

그제야 자신의 상황을 제 눈으로 확인한 그녀가 "어머멋!" 소스라치게 놀라며 움켜잡고 있던 물건을 내팽개친다.

"어머머,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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