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21>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04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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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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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법사 조봉삼은 계속 주문을 외우고 있다. 쟈크린느만 알아 듣지 못하는, 그러나 음색의 강도만은 너무나 선명한, 흡사 영원의 울림같은 목소리다.

'뽈아라 쓰으파알, 뽈아라 더 쎄게.'

마법사의 손이 쟈크린느의 주억거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한 움큼 집었다가 다시 놓고 있다. 마치 선풍기 바람에 꽃씨 날려보내듯 보드랍게 쓰다듬고 있다.

"하모, 그리 허는기라 바로 그기라! 바로… 으흐흐흐."

너무 깊은 황홀경이라서, 이제 금방 빗자루를 타고, 길고 까만 망토를 펄럭이며 허공을 날아갈 것 같은 마법사가 갑자기 거대하고 탱탱한 트레이드 마크를 그녀 입에서 거둬들인다. 그리고 또 주문을 외운다. 적어도 쟈크린느가 듣기에 그러하다.

'담은 니 차롄기라. 인자, 니가 받는기라. 내가 그리 헐끼라 내가 양코베기 니 년을 죽이주는기라!'

드디어 조봉삼의 손이 마법을 부리기 시작한다.

우선 그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 허리에 깍지를 끼고 의자에서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벽에 그녀의 등이 닿도록 옮겨 놓는다. 다음 순서는 옷 벗기기다. 아니, 옷을 벗긴다기보다 체온계, 청진기 따위가 꽂혀있는 흰 가운을 들치고, 그 속에 드러나는 검은색 원피스 밑으로 마법의 지팡이 같은 손을 거칠게 집어넣는다. 그녀는 팬티도 검정색이다. 조봉삼은 그것을 단숨에 벗겨 내린다. 쟈크린느가 몸을 사릴 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팬티를 벗기는데, 스스로 돕는 행동을 유발시킨다. 여전히 마법의 주문을 입에 달고 있다. 손에 쥐면 한 움큼도 안되는 팬티를 조봉삼은 재빨리 바지 주머니에 쓸어 넣는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전혀 반대 자세다. 마법사가 밑이고 충직한 중세 여인은 우뚝 서 있다. 마법사의 입술이 그녀 둔덕에 닿는다.

쟈크린느의 체모는 금빛 여우색이다. 그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황금 갈대를 헤치고 여우 사냥을 하는 사냥꾼처럼 조봉삼의 젖고 끈끈한 혀가 갈대를 쓸어뜨리며 길을 내고 있다. 언덕을 내려오고 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몸을 똑바로 세워 보지만, 경사도가 워낙 심해 마음대로 균형이 잡혀지지 않는다.

엉덩방아를 찧는다. 아니, 앉은 자세로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다. 갑자기 일자형으로 파인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습기가 많다. 수맥은 보이지 않지만, 쏴쏴 흐르는 물소리가 지하 어디선가 들려 올 것 같다.

골 깊은 계곡에 혀 끝을 집어넣는다. 따뜻하다. 아하, 이건 그냥 물이 아니라, 지하 온천이야. 알칼리성 유황 성분이 가득한 온천. 전신을 담그면 류머티즘성 질환이 없어지고, 신경증, 신경마비, 운동기 장애, 불안 초조, 대인공포증, 여자 무섬증 등도 깡그리 치료되는 신비의 유황온천.

안그래도 즙액으로 가득 찬 혓바닥이 일자형 계곡을 미끄러져 내려오자, 허부죽 허부죽 깊은 늪이 기다리고 있다. 늪 주변은 생크림 같은 즙액으로 질퍽질퍽하다. 하나 즙액은 어디까지나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올 물기둥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엘로스톤 국립공원을 왜 찾아 가는가. 왜 올드페이스필의 장관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가. 지하로부터 강력한 힘으로 뿜어져 올라오는 거대한 물기둥, 물기둥의 뜨거운 열기, 콧등이 싸아해지는 짙은 유황 냄새.

저 속 깊은 곳에 무엇이 있기에 그처럼 대지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가.

그대는 마그마를 아는가. 수억년 습곡운동(褶曲運動)을 통해 단련된 열원(熱源). 용융의 경지에 이른 마그마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지표 위는 온통 생크림 같은 즙액으로 질펀해지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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