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22>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05 제0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⑧

324730_37733_5853
그대는 마그마를 옐로스톤의 올드페이스 필처럼 공중 100로 치솟게 할 마법을 아는가. 부글부글 혼자 끓다가, 혼자서 지하 깊은 곳을 휘돌다가, 혹은 기폭으로, 혹은 용틀임으로, 혹은 아우성으로, 혹은 아름다운 비명으로 바둥대다가 이윽고 강력한 펌프질에 의해 기어코 솟구치는 그 환희, 그 영광, 그 아름다움, 그 풍요함, 그 아련함, 그 얼얼함, 그 몽롱함…….

"벌리라! 더 벌리라 안 카나!"

조봉삼은 쟈크린느의 다리 틈새가 더 커지도록, 그래서 늪이 더 잘 보이도록, 아니 질펀한 생크림 같은 즙액이 더 많이 분출되도록 계곡 주변의 잡동사니를 치우고, 벌리고, 짼다.

그리고 그 큰 입으로 흡사 베드윈 족의 원색 텐트처럼 금빛 여우색 숲을 완벽하게 덮어 버린다.

다음은 보아뱀이다. 윤활유를 가득 묻힌 보아뱀이 분탕질을 시작한다. 전신을 뒤틀며 계곡과 늪, 두 쪽의 분홍빛 날개를 인정사정없이 빨고, 손바닥에 올려놓은, 물고 뱉고, 잘근잘근 씹고, 강아지풀 요요요, 흔들어 부르듯 부드러운 분탕질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아, 으으음…… 아뮈제 브라보─."

무의식에서 깨어나지 않는 서승돈을 앰뷸런스 아닌 체육관 소형 버스에 싣는다. 이곳저곳에 전화로 에스오에스를 쳤지만 득달같이 달려와 주는 앰뷸런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방실업 윤성식 지점장이 서승돈을 부축하다시피 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응당 박준호도 그 뒤를 따라야 옳지만, 무하마드 일 역시 화급을 요했으므로 윤성식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밀리떼르 병원을 향한다.

호아도 동행이다. 한데 병실 앞을 지키는 사람은 고수길뿐이다.

"봉삼이 어디 갔어?"

"바람 쐬러 갔겠죠 뭐."

"자식, 지금이 어느 땐데, 바람을 다 쐬러가?"

아무리 투덜거려봐야 쇠귀에 경 읽기인 줄 뻔히 알면서도 박준호는 한 번 더 강조한다.

"그 자식은 매양 왜 그래?"

"본래, 그런 부류 아닙니까?"

고수길이 마지못해 한마디 거든다.

"아무래도 잘못했어."

박준호가 말한다.

"서울에 떨어뜨려 놓고 오는건데……."

무하마드는 아직도 잠에 빠져 있다. 박준호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간호사를 불러 환자의 차도를 묻는다.

이름이 아르므아르라든가. 그녀가 상냥한 목소리로 담당의사 정기 검진이 끝나지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대체로 빠른 속도로 회복중이라고 대답한다.

"담당의사가 왜 정기 검진을 하지 않죠?"

"글쎄요, 시간이 지났는데…… 오시지 않아, 저희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럼 선생님을 찾아가 뵙죠, 뭐."

아르므아르 간호사가 앞장서고, 호아와 박준호가 뒤따른다.

2층 담당의사 방 앞에 사람들이 붙어 서 있다. 하나같이 유리창 안으로 드리워진 블라인드 틈새로 방 안을 엿보고 있다.

"왜, 저러죠?"

박준호가 묻는다.

"글쎄요."

아르므아르가 방문을 노크한다. 분명 인기척이 나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손잡이를 억지로 당겨 본다. 잠겨져 있다. 그녀도 마지못해 다른 구경꾼처럼 유리 틈새로 방 안을 본다. 그리고 "어머낫!" 놀라 자빠지는 시늉을 한다.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