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23>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06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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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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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왜!"

어느 틈에 호아도 방 안을 들여다보았는지,

"어머, 어머! 원장님이……."

아르므아르만큼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혼비백산한 얼굴이다. 박준호도 본다. '아뿔싸.' 이게 뭔가. 조봉삼이다. 조봉삼이 여자를 겁탈하고 있다. 얼마나 그 일에 열중하는지 쾅쾅 두들기다시피 하는 노크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다. 박준호의 머리끝이 쭈뼛 선다. 놈이 사고를 치는구나. 기어코 일을 벌이고 마는구나. 일순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말을 그토록 실감할 수가 없다.

'빌어먹을!' 박준호는 주먹을 불끈 쥔다. 놈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 놈이 일을 다 끝낼 때까지 다른 구경꾼들처럼 낄낄거리며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방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 놈의 멱살을 끌고 나와야 한다.

"이런 개뼈다귀 같으니!"

박준호가 무서운 기세로 방문을 막 걷어차려는 순간, 아르므아르 양이 말한다.

"아녜요! 문을 부수면 안 돼요!"

그녀는 숫제 두 팔을 벌려 박준호를 막고 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원장님도 함께 즐기고 계시잖아요."

"뭐라구?"

"똑똑히 보세요. 두 사람이 끌어안고 있어요."

아닌게 아니라 조봉삼이보다 여자 쪽이 더 적극적이다. 여자가 조봉삼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 옥죄고 있다. 그리고 '아흐아흐' 소리치고 있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다.

역시 놈은 의젓하고 당당하다. 아니, 군림하고 있다. 다섯 손가락을 여자의 젖은 머리칼 속에 집어넣어 휘젓고 있고, 또 다른 손으로 여자의 젖가슴을 닭 모가지를 그렇게 하듯 움켜 비틀고 있다. 그 아래는 흡사 거대한 피스톤의 율동같다. 천박스런 말로 흔히 떡치기라고 하던가. 정말 조봉삼의 완력에 대해 그 어떤 표현도 떡치기만큼 절묘할 수는 없을터다.

그것도 끝이 뭉툭한, 그리고 질이 잘난 박달나무 절구다. 얼마나 우람한지 보기만해도 의뭉스럽다. 그 엄청난 절구로 떡을 쫀득쫀득 치고 있다. 여자 쪽이 원하는지, 아니면 봉삼이 놈의 객기인지 모르지만 일순 피스톤 작동을 중단하고 소파 위에 누워있던 여자를 일으켜 세운다. 아니, 그녀가 소파 등받이를 잡고 말처럼 엎드린 포즈를 취한다. 벌써 놈의 박달나무 절구는 뽑아진 채 기다리고 있다. 아닌게아니라 엄청나다. 때리면 '티잉─팅' 소리가 날 것 같다. 이번에는 뒤쪽이다. 뒤쪽으로 공략해서 계속 쫀득쫀득 떡을 친다.

그때, 누군가 뛰어 온다. 병원 사무처 직원이다.

"아니, 어떻게 된 거요? 왜 전화를 안 받으시죠?"

사무처 직원이 수선을 떨어 마지않는다. 방 안의 사태를 감지하고 "원장님 찾는 전환데, 어떻게 하죠?"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어디서 왔어요! 전화 말이에요?"

아르므아르 양이 나선다.

"의장님 관저요."

"의장님이 직접 전화 하셨어요?"

"아뇨, 비서요."

"비서라면 조금 기다리라고 해요. 원장님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구."

사무처 직원이 아래층으로 달음박질쳐 내려가자 박준호가 입을 연다.

"의장님이라면…… 베트남국가평의회 의장 말이죠?"

"네, 보치콩 의장님이요."

"아니, 의장님이 왜 원장을 찾죠?"

"우리 원장님이 보치콩 의장님 주치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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