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26>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11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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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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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 선생님."

"영림전자에 오래 근무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럼, 홍주리 여사도 아시겠군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 분한테 연락하세요."

"네?"

"아마 본인도 홍주리 여사가 먼저 찾아오기를 갈망할지도 모릅니다. ……연락처는 아시죠?"

"알다마다요."

"그럼, 지금 연락하세요. 이쪽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처분을 기다리세요."

윤성식이 전화를 걸기 위해 대기실을 나간다. 박준호도 따라 나선다. 아르므마르 양을 찾아 병원 전화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성식은 버튼을 누른다. 영림전자 인사부에 먼저 콜을 해서 홍주리의 전화번호를 알아낸다.

운이 좋은걸까. 홍주리가 곧바로 수화기를 들어준다.

"여기, 하노입니다."

윤성식이 정중하게 운을 뗀다.

"저는 서승돈 사장님을 오래 모셨던 윤 대립니다."

"알아요. 윤성식 대리. 서 사장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모시던 상사때문에 영림에서 동방실업으로 옮겨 앉으셨다면서요?"

"아, 뭐…… 그야……."

"용기있는 자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녜요. 그래서 나도 윤성식 대리를 특별히 기억해두고 있는 거에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웬일이세요?"

그제야 제 임무를 생각해냈다는듯이 윤성식이 허겁지겁 입을 연다.

"사장님께서…… 쓰러지셨거든요."

"쓰러지다니?"

"심근경색이랍니다."

"뭐라구요? 어제 밤늦게까지 통화를 했는데, 심근경색이라뇨?"

"지금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그게 사실이에요?"

"사실입니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냐구!"

이윽고 홍주리의 음성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윤성식은 침착하다.

"의사들 얘기로는 생명이 위독하다는 겁니다."

"생명이 위독하다구!"

"네, 사모님."

갑자기 수화기 속에 정적이 감돈다. 전화가 고장인가 했는데, 어디서 돌연히 튀어나오듯 홍주리가 말한다.

"아직, 죽지 않았죠? 그쵸?"

"물론입니다, 아직은……."

"우리 그이, 뭐라고 말할 수는 있죠? 전화 좀 바꿔 줘 볼래요?"

"안 됩니다. 지금 수술 중이니까요."

"거기 어디예요? 베트남 병원은 다 낙후됐다는데……."

"여긴, 프랑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병원입니다."

"의사들도 프랑스 사람들인가요?"

"그렇습니다. 사모님."

"의사들은 뭐라고 그래요? 아니, 심근경색이라고 했죠? 수술 들어가기 전, 그이가 무슨 말씀하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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