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28>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13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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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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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더 정확하게 서승돈이 어제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순간, 그리고 몇 군데 병원을 거쳐 마지막 밀르떼르에 도착했을 때,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라고 담당의사가 너무나 처연하게 말했을 때, 윤성식이 어느 순간에 덮칠지 모르는 서승돈의 임종을 가족에게 미리 알려야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때, 박준호의 심장 박동은 이미 정상 수치를 넘어선 상태였던 것이다. 벌떡벌떡 뛰다못해 숫제 공중으로 치솟을 지경이다.

그래, 이제 저 울창한 숲 입구에서 서승돈을 불러도 그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서승돈은 없다. 숲에는 오로지 홍주리와 박준호만이 존재한다.

숲 이름이 벤네비스이던가. 침엽수와 떡갈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비가 쏟아지고 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캄캄한 밤이다. 박준호는 그녀와 또 한번 대결을 벌여야 한다. 마지막 대결이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녀가 더이상 도망치지 못하도록 일단 퇴로부터 차단시켜야 한다.

그녀를 더이상 자유롭게 방치해 둘 수가 없다. 그러나 그녀가 순순히 박준호 앞에 무릎을 꿇어 줄까.

박준호의 두 다리를 끌어안고 재회의 눈물을 흘리며 실은, 어느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고 울먹여 줄 수 있을까.

지금 김상도에게 가 있는 아들 일규도 실은 그날 밤 벤네비스 산장에서의 그 일이 아니었으면 존재할 수 없었을거라고 또박또박 말해줄 수 있을까.

박준호는 혼자 고개를 흔든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때처럼 또 철썩, 뺨이라도 올려치지 않을까 겁이 난다. 박준호는 두 손을 모은다. 고개를 숙인다.

'위빠사나.'

침착과 욕망으로부터 그녀가 자유로워지도록 하소서.

번민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진정한 숲 속의 자유를 만끽하게 하소서.

위빠사나.

위빠사나.

그때, 고수길이 박준호를 허겁지겁 찾아 들어온 것이다.

"형님, 무하마드 씨가 찾습니다."

박준호가 눈을 번쩍 뜬다.

"뭐라구?"

"지금 바로, 병원으로 나오시랍니다."

"아니, 무하마드 씨가 직접 그렇게 말한거야?"

"네, 형님. 무하마드 씨가 나한테 직접 그렇게 부탁했습니다."

"그럼, 전화로 할 일이지, 거기서 여기까지 왜 와?"

"형님 명상에 들어갔다하면 두 시간은 깜깜무소식인데, 누가 감히 형님을 깨울 수 있습니까?"

"하긴……."

"중차대한 일 같아서 제가 직접 달려온 겁니다."

"……잘했어."

고수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올라 앉으며 "봉삼이는 병원에 있냐?"고 박준호가 묻는다.

"병원에 없습니다."

"병원에 없다니?"

"어젯밤, 탄차우를 대신 데려다놓고 나가서는 지금까지 종무소식입니다."

"어디 갔지? 혼자 도장에 와서 자나?"

"방금, 가 봤는데, 여기서 잔 흔적은 없습니다."

"그럼……."

"그 여자한테 간게 틀림 없습니다."

쟈크린느다. 하노이에 하나밖에 없는 외국인 종합병원 원장이다. 아니, 베트남 최고 권력자의 주치의라고 해야 더 걸맞은 수식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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