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29>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16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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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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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쟈크린느는 베트남을 움직이는 몇몇 유명 인사 중의 한 사람이다. 어쩌면 통킹 만 가스 개발사업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역할을 감당하고도 남을 여자다.

그런 거물급 인사를 어쩌면 봉삼이 같은 날라리가, 그것도 만인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하게 시식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정말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상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천하의 봉삼이 같이 한심한 놈한테도 그런 중대한 배역이 맡겨지다니, 어느 누가 저절로 돌아가는 세상사 이치에 대해 왈가왈부 진단할 수 있단 말인가.

"탄차우도 바쁜 일이 많은 모양인데, 봉삼이 자식 데려 올까요?"

고수길이 볼멘소리로 말한다.

"원장 사는 집을 알아?"

박준호가 묻는다.

"알구말구요. 병원 사택인데, 그리 멀지 않습니다."

"관둬."

박준호가 어느새 거리를 메우기 시작하는 자전거 인파에게 시선을 고정 시킨채 계속한다.

"관두라구."

"네?"

"원장이 출근하면 그 자식도 따라 나오겠지 뭐."

"그래도 형님, 봉삼이를 하루 이틀 겪었습니까? 그 자식 그 집에서 무슨 실수를 저지를지 안심할 수가 없잖습니까."

"글쎄, 관두라고 하잖아!"

박준호가 또 한차례 강력한 쐐기를 박는다.

무하마드는 침대에 등베개를 하고 앉아 있다. 아주 기분 좋은 얼굴이다. 휴대용 컴퓨터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다.

"좋은 아침이요."

무하마드가 말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박준호도 화답한다.

"오늘같이 좋은 날씨는 승마하기 안성맞춤인데 말이요."

무하마드는 여전하다. 첫 상면 때처럼 승마가 아니면 화두가 없다는듯이 그 속사포 같은 말투를 계속 쏟아낸다.

"박준호 씨 승마 솜씨 일품이던데, 어디서 배우셨소?"

"특별히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냥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탔을 뿐입니다."

"처음 말을 탔던 곳이 어디요?"

"영국입니다. 헤이스팅스."

"아, 길버트 경의 농장 말이구려."

무하마드의 눈빛이 또 반짝이기 시작한다. 박준호는 생각한다. 이 중요한 아침을 끝없는 승마 얘기로만 일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준호가 말한다.

"참, 이런 때, 질문을 드리게되어 죄송합니다만……."

"말씀하세요, 뭐든 좋으니까."

"통킹 만 가스 프로젝트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무하마드가 씨익 웃는다. 대답 대신 무릎에 올려놓은 휴대용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긴다. 뭔가 화면에 떠오른다. 무하마드가 입을 연다.

"오늘 아침 내가 누구하고 이 메일을 주고받은 줄 아쇼? 헤이스팅스의 길버트 경이었소. 여기 그가 보내온 내용이 있소. 읽어 보시겠소? ……아니, 내가 읽는 게 좋겠소. 미스터 박은 내가 신뢰하는 아시아 출신 젊은이들 중의 한 사람이요."

무하마드가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며 말한다.

"더 읽기를 바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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