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30>

경인일보

발행일 2007-04-17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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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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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박준호가 고개를 흔든 다음 계속한다.

"우리는 지금 베트남 정부에 제출할 개발자금 보증서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급히 만나자고 한 거요."

무하마드도 비로소 신중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실은 당신이 말한 에너지산업 장관 말이요. 박준호 씨 당신을 만나기 하루 전에 면회 신청을 했었소."

"그래서 만나셨습니까?"

박준호가 묻는다.

"만나지 못했소. 왜냐하면 장관과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날짜에 나는 이 병원에 누워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걸프은행이 나를 대신해서 다른 통로로 장관을 만났고, 장관으로부터 박준호 당신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개요를 확인하게 된 거요. 우리 걸프에서는 그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원하기로 합의 결정했소."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박준호가 맨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을듯이 무하마드의 손을 붙잡는다.

"사실은 오래 전부터 우리도 이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소. 프랑스 국영 석유로부터 파트너십 제의도 여러 번 받았었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박준호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걸프는 프랑스 국영 석유와 손을 잡기로 은연중 내정해 놓고 있었던 상태였소.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 그리고 당신이 내 생명을 구해 준 뒤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소. 다행히 걸프 본사 중역들도 내 발언과 주장에 귀를 기울여 주었고, 프랑스도 한 발 뒤로 물러서 주었소. ……말이 난 김에 얘기지만, 어쩌면 우리는 4자 합작을 해야 도리일지도 모르겠소."

"4자 합작이라뇨?"

박준호가 묻는다.

"걸프은행, 대한민국, 베트남, 그리고 프랑스 말이요."

"좋습니다. 무하마드 씨."

박준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기실 대답 못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기술쪽 파트너와 따로 손을 잡아야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무하마드가 설명을 계속한다.

"사실은 어제 총재의 결재가 났지만, 마지막 신규 사업 자문위원회 재가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발표를 보류했었소. 대체로 총재 결재가 난 뒤에도 자문위원회를 공식적으로 통과하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려야 하는데, 내가 세차게 밀어붙였소. 왜냐하면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준호가 붙잡은 무하마드의 손을 마구잡이로 흔든다.

"감사는 무슨…… 이건 우리한테 너무나 중요한 사업이요. 며칠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에는 단 1달러도 지원하지 않소. 아시겠소?"

"알다마다요."

이번에는 박준호가 계속한다.

"우리도 자신 있습니다. 텍사코도 미쯔비씨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아니, 이길 방책을 따로 세워 놓고 있습니다."

"아, 그 문제라면 걱정마시오. 미쯔비씨한테는 4년전 우리 집 안방에서 당한 수모를 되갚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밀어내고 말 거요. 더구나 그 당시 우리에게 비열한 술수로 결정타를 먹인 오카모토씨가 대사로 취임해서 진두 지휘하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 점을 좌시하지 않을거요. 텍사코도 마찬가지요. 박준호 당신이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니까. 더 할 말이 없소만, 그들은 날 알카에다로 몰아서 잔인하게 살해할 작정이었소. 그들의 음모가 박준호 당신의 도움으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보복 차원에서도 그들에게 호락호락 밝힐 생각이 없소."

바로 그 순간 아르므아르 양이 병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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