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地籍)이 국력이다·13]지적청 신설과 민간참여

사공많으면 배가 산으로 지적청 설립 방향키잡게

취재반 기자

발행일 2007-07-24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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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는 민간 측량업자들의 업무범위를 수치지역의 측량과 지적확정 측량 업무로 제한한 지적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민간 지적측량 업체 관계자의 '대한지적공사의 도해측량의 독점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우리나라의 낙후된 지적을 고려할 때 당분간 공적기구가 이를 전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이번 판결이 민간업체의 지적재조사 사업 참여 불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 시행시에는 어차피 수치지적으로 통일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헌재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측량체계와 사업주체에 대한 논의를 긴급 점검해 봤다.

#수치측량, '지적공사+민간'=현재 정부의 한계로 지적재조사 사업에 필요한 측량은 위탁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지적공사 전담 위탁 ▲민간 위탁 ▲지적공사 및 민간 공동위탁 방식 등으로 갈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공사 전담 위탁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사와 민간이 공동으로 측량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사업의 방대함을 고려할 때 지적공사의 인력과 장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민간 기술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사 관계자는 "전체 업무에서는 공사가 더 뛰어나지만, 지적재조사 사업에 필요한 항공·위성 측량 등에서는 민간업체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인정했다.

사업 후의 상황을 고려할 때도 민간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사가 전담할 경우 필요 인원 및 장비를 모두 공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재조사 사업 종료 후에는 이를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업 후 공사가 부담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얘기다.

민간 전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적업무의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또 관련업체 도산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K 대 L 교수는 "결국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지적재조사 측량은 공사와 민간업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기관으로서의 지적청 신설=현재 지적재조사 사업 주체에 대한 논의도 크게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방안 ▲유관기관인 행자부, 법무부 등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방안 ▲국무총리 산하의 독립기관으로서 지적청을 신설하는 방안 등으로 견해가 분분하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적재조사 사업이나 사업 이후의 토지행정을 위해서도 지적청을 신설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자부 단독안은 지적재조사 사업의 방대함을 고려할 때 한 개의 정부부처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해 갈 수 없고, 특히 한국정치의 특성상 장관이라는 자리가 정치적 외풍(外風)에 시달리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가 힘들다.

행자부, 법무부 등의 공동 주관 방안도 그간 우리나라의 토지행정 역사를 살펴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토지행정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오랜 주장에도 불구하고 토지행정의 기본인 지적(행자부)과 등기(법무부) 업무조차 '밥그릇 싸움'으로 일원화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공이 많아 배를 산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

반면 지적청 신설안은 독립된 주체가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또 지적과 관련된 유관기관이 별도의 기구를 통해서 업무적으로 통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기대된다.

한국토지공법학회 관계자들은 "이미 지적재조사 사업에 나선 네덜란드, 일본, 대만 등이 독립기관을 신설한 이유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지적청 신설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적재조사 사업 이후를 위해서라도 지적청이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기와 지적의 분리는 물론, 측량에 대한 지적공사와 국토정보지리원의 분리 등 지적업무가 제각각이어서 사업의 정확성도 떨어지고 중복행정으로 인한 비용낭비가 엄청난 상태를 개선하려면 통합기구인 지적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적재조사 특별법을 발의한 중도통합민주당 노현송 의원 측은 "대한제국과 일제가 100년 전 지적사업을 할 때도 토지조사국이라는 별도의 기구를 신설했다"며 "이는 지적재조사 사업은 물론 사업 이후를 위해서라도 지적청이라는 독립된 기구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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