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地籍)이 국력이다]지적재조사 사업 전문가 간담회

"지금이 적기…기회놓치면 비용 더 든다"

김무세 기자

발행일 2007-08-07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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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철수 신구대학 교수  
 
   
  ▲ 황보상원 신흥대학 교수  
 
   
  ▲ 조병현 지적공사 재조사팀장  
 
   
  ▲ 주성호 주택공사 차장  
 
   
     
경인일보는 지난 6월12일부터 7월31일까지 '지적 원점 독립캠페인 : 지적이 국력이다'라는 제목으로 총 14회에 걸쳐 우리나라 지적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적재조사 사업'을 주장했다. 이에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서철수 신구대학 교수 ▲황보상원 신흥대학 교수 ▲조병현 대한지적공사 재조사팀장 ▲주성호 대한주택공사 차장 등 4명을 초청해 지적재조사 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지적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도 초청했지만, 행자부는 현재 지적재조사 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는 이유로 초청을 거부했다. 좌담회는 경인일보 본사에서 지적시리즈에 대한 평가로부터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경인일보가 100여년동안 방치돼오던 지적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시키고, 지적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취재가 이뤄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지적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고, 지적이 방대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측량 중심으로만 취재가 이뤄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지적은 모든 행정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지적을 낯설어 하는 국민이 많다. 지적과 민생(民生)의 관계는 어떤가.

▲서철수 신구대 교수(이하 서)=지적은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공인중개사·법무사 등이 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다. 현실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것이다. 또 지적 사무 자체가 국가가 공적 장부를 관리한다는 측면과 개인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측면만을 갖고 있어 정부가 이를 홍보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조병현 지적공사 팀장(이하 조)=오랜기간 소수 특권층이 부동산을 독점하다 보니 서민들이 지적을 남의 일로만 여겼다. 또 지적이 개화기 초기부터 도입, 운영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연간 수백만명이 공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 25%에 해당되는 국·공유지 관리도 잘 안된다. 이로 인한 피해만 2조8천억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토지 정보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황보상원 신흥대 교수(이하 황보)=토지는 국가 3대 구성요소 중 하나다. 지적은 바로 이 토지를 다루는 행정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부족하다.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토지정보에 대한 가치가 증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지적제도가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한 '세지적'과 토지소유권을 보호하는 '법지적'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관심층을 좁히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토지소유층이 넓어지고 있고, 다목적 지적으로 가게 된다면 국민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낙후된 지적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가.

▲주성호 주택공사 차장(이하 주)=불부합지는 물론 미등록지, 권리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토지 등이 넘쳐난다. 택지개발에서 실제 면적이 공부상 면적보다 좁으면 소유자가 동의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적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토지 소유권 정도만 확인해 주는 수준인 것이다. 중복행정과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적도와 지형도도 평균 2~3나 차이가 난다.

지적 사무는 국가의 기본 업무임에도 사업시행자가 모두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부정확한 지적도 때문에 연간 지적공사 의뢰건수가 25만건이나 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917억원이다. 토지경계 소송도 연간 3천800억원, 많게는 1조원이 든다는 주장도 있다. 또 지적이 낙후되다 보니 국민들조차 토지거래시 측량을 당연히 해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다.

▲서=지적공부가 잘못 관리되면서 과세가 부정확하게 됐고, 토지보상비도 실제와 차이가 난다. 정보화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토지정보의 부족 및 부정확성에서 오는 피해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적제도 개선을 방치하고 있다.

▲서=지적 관리의 측면에서 국가가 많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토지소유권 측면에서는 개인의 잘못도 있다. 자신의 토지경계를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불부합지가 발생하면 타인의 토지를 뺏으려고만 하지 양보는 하지 않는다.

▲황보=국가는 지적관리의 제도적 측면에서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지적과 등기조차 분리돼 있다. 두가지를 합치든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적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제도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 그렇지만 현재 지적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법령이나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지적재조사 사업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감사원은 효용대비비용(B/C)이 너무 많이 든다고 반대하고 있다.

▲조=한국토지공법학회는 지적재조사 사업이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감사원이 의뢰한 중앙대학교 연구팀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조사 방법, 비용 항목 선정 등 여러 측면에서 중앙대팀의 연구는 허점이 많다. 떡은 떡집에 맡겨야 한다. 전문가들이 연구한 연구결과가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서=국가의 제도는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 문제다. 또 국민의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국가의 잘못된 제도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위정자는 당연히 이를 개선해야 한다.

비용편익 측면에서도 편익이 훨씬 더 크다. 시범사업을 한 지역을 보면 엄청난 국유지가 창출되고 다목적 지적제도가 구축되면 엄청난 부가가치도 발생한다. 또 지적재조사사업이 이뤄지면 IT 분야 등 인접 분야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황보=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도 지적재조사는 이뤄져야 한다. 지적은 땅의 호적이니 주민등록증에 관련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민등록증을 전산화하자는 주장에 아무도 '그걸 왜 하냐'고 묻지 않는다. 국가의 핵심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적재조사에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해도 지적재조사는 무조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국부 창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및 토지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부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는 지적재조사 사업만으로도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 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비용을 모두 뽑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노력은 2번이나 좌절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되는가.

▲조=국민공감대 형성이 안됐다. 조금 불편하지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의 의지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또 정치적 외풍에 시달린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주=지적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16년 동안 들었다. 하지만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도 부족했고, 논리개발도 미진했다. 지적재조사 사업을 하자고만 했지 그런 노력이 정말 뒷받침됐는지는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서=지적재조사 사업을 너무 성급히 추진해 왔다. 사업을 한꺼번에 전국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는데 연 1천억원이 넘는 돈을 수십년동안 지불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경기도, 내년은 경상도 등의 식으로 점진적, 단계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정부부처 간 조정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적재조사 사업 시행 여부를 놓고 예전에는 정부와 대법원이 싸웠지만 지금은 (정부 부처 내에서도) 행자부와 건설교통부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누군가의 의지가 필요하고, 이후에는 이를 조정해 줄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황보=다른 접근도 필요하다. 지적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가. 부동산 개발업자, 소송 당사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지적재조사는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공론화시켜야 한다. 지적재조사 사업이 땅 한 평 없는 국민에게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홍보해야 한다.

▲주=지적공사가 지적을 독점하려는 것도 공감대 형성에 장애물이다. 시장 압력을 높여 지적재조사가 지적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적재조사 사업시 민간 업체의 참여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조=지적은 국가사무의 핵심이다. 민간이 참여하게 되면 경쟁입찰 등으로 전국이 투기장, 난장판이 된다. 특수법인이 특수사업을 전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난장판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자본주의 기본 속성인 경쟁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지적공사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민간 업체도 많지 않은가. 항공 및 위성측량 등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조=공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공사 입장에서는 지적재조사를 안해야 일거리가 더 많이 생긴다.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주장하는 것이지 단순히 공사가 지적을 독점하기 위함이 아니다.

-좌담회가 과열되고 있다. 끝으로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해서 한마디씩 해달라.

▲조=세계 지적시장 규모가 28조원이다. 이중 10%만 차지해도 지적재조사 비용을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돈을 안받아도 된다.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정보 이용료만 받아도 엄청난 국부창출이 가능하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서=우리나라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다. 정치도 안정돼 있다. 지금이 지적재조사 사업 시행을 위한 적기다. 이 기회를 놓치면 시간이 갈수록 비용은 더 많이 들게 돼있다.

▲황보=지적재조사 사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지적재조사 핵심문제는 토지소유권과 관련돼 있지만 온 국민에게 지적재조사 사업은 '내 일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적재조사 사업은 우유 배달원, 부동산 중개업소 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접근법의 예가 될 수 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정리=김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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