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명희 그림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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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생부를 살해하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한 저주받은 운명을 한탄하며 스스로 두 눈을 뽑고 망명을 떠난다. 뒤에 남은 두 아들은 왕위를 다투다 다 죽어버린다. 테바이의 왕이 된 크레온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는 성대히 치르지만 적군을 데리고 조국을 쳐들어 온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은 들판에 방치한다.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는 죽은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들짐승에 파먹히게 버려두는 크레온에게 대항하다가 동굴에서 죽어간다. 안티고네의 약혼자였던 크레온의 외아들 하이몬도 안티고네를 따라 자살한다. 크레온의 왕비 에우리디케 역시 외아들의 죽음을 비관하여 따라 죽는다. 오이디푸스에 이어 크레온도 인간의 오만으로 인해 또 한 번 처절한 비극을 맛본다.>



테바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이드는 오늘 날, 테바이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며 작은 마을을 그냥 지나친다. 지진 때문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와 그리스 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태어났다는 신화의 고향을 자동차로 스쳐갔다. 이형수는 아쉬운 듯 차창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몇 번 셔터를 눌렀다. 흘러가는 풍경이나마 담아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테바이에서 북쪽으로 5킬로미터 지점에 고속도로가 지난다. 테살로니키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평탄한 도로를 30분 쯤 달려가자 길옆에 완전 무장을 한 그리스 전사의 동상이 보였다. 기원전 480년에 결사대 300명을 이끌고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이곳, 테르모필라이를 지키다 최후를 맞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동상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300>이란 제목으로 상영된 영화라 어쩐지 잘 아는 역사의 한 장면과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100만 대군을 이끌고 테르모필레에 도착한 것은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 이 시기는 아폴론을 모시는 스파르타의 축제기간이었는데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은 전쟁을 위한 파병이 일체 금지되었다. 10년 전에도 축제 때문에 스파르타는 페르시아 군이 쳐들어 왔는데도 파병할 수 없었다. 아테네는 홀로 마라톤 평원에서 페르시아를 맞아 싸웠는데 이 때문에 아테네는 그리스의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고 스파르타는 그리스 최강이라는 명성에 손상을 입었다. 그래서 스파르타는 국가의 공식 파병이 아닌 레오니다스 왕 자신의 근위대 300명을 개인적으로 이끌고 테르모필레 방어전에 나섰다. 여기에는 그리스 최강인 스파르타의 참전에 용기를 얻은 다른 도시 국가들도 페르시아의 대군에 맞설 것이라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도 숨어있었다.

그해는 범 그리스적 평화 축제인 올림픽이 있는 해였기 때문에 스파르타가 자신들의 종교축제를 이유로 참전하지 않으면 다른 그리스 도시국가들도 올림픽 축제를 이유로 전쟁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레오니다스는 대를 이을 아들이 있는 자들 중 300명을 뽑았다. 이들이 살아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전투는 치열했고 돈에 눈이 어두운 배반자가 테르모필레로 향하는 샛길을 페르시아의 황제 크세르크세스에게 알려주었다. 중과부족이었지만 스파르타 군이 용맹하게 싸워 전투가 쉽사리 끝나지 않자 페르시아 군은 화살을 소낙비처럼 쏟아 부었다. 스파르타 군은 최후의 한 명까지 싸우다 쓰러졌고 이것을 다룬 영화가 <300>이다.

당시 스파르타는 전쟁에 나간 전사가 돌아오는 것은 오직 두 가지 길 밖에 없었다. 승리해서 두발로 걸어오거나 여신과 함께 오는 것이었다. 전사했을 경우 스파르타 군은 시체를 방패 위에 눕혀서 메고 왔다. 방패에는 아테나 여신이 새겨져 있었다. 스파르타 용사들에게 그 외의 귀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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