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쇠 영감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만나다

김인하 기자

입력 2007-12-09 15: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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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마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익어가는 12월.

 지난 8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는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각색한 가족뮤지컬 '구두쇠 고두쇠'가 열렸다. 공연장에는 가족뮤지컬 답게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 관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구두쇠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 스크루지가 '고두쇠'로 변신한 이번 뮤지컬은 원작에 버금가는 탄탄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하늘나라의 탁자위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는 아이들의 편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천사들은 그 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바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편지 하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가족이 모두 다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천사들은 이 사연을 매우 궁금해 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돈을 빌려주고 악독하게 이자를 받아내기로 소문난 고두쇠 영감의 손녀 성아가 보내온 편지. 고두쇠 영감에 대한 주변평과는 달리 "할아버지가 본래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성아는 밝히고 있다. 천사들은 성아의 착한 마음씨를 예쁘게 여겨 성아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니 고두쇠 영감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서게 된다.

 몇 년 동안 월급 한번 올려주지 않으면서 점원을 마구 부려먹고 하나뿐인 조카도 냉정히 대하는 고두쇠 영감. 그를 찾아간 천사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그것은 고두쇠 영감에게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다.

 돈 밖에 모르는 악독한 수전노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사연. 과거에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픈 어머니니까지 모시게 되었다. 그런 그는 치료비가 없다며 모친의 진료를 거부하고 의사등록금이 없으면 학교를 나가라고 하는 교장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겠다는 그의 결심은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그러다 결국 어머니를 잃게 된다. 그가 소유하지 못했던 건 단지 '돈' 하나였을 뿐인데...

   
 그 후 그는 멈출 줄 모르는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사랑했던 여자까지 떠나보내게 된다. 고두쇠는 그런 상태에서도 돈에 대한 집착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 현재의 시점에서 그를 반갑게 맞아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조카의 집을 우연히 보게 된 고두쇠. 하지만 그의 꽁꽁 언 마음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미래를 보여주는 음산한 기운은 그의 죽음을 이야기 한다. 그가 죽게되자 동네사람들은 고두쇠를 그저 돈밖에 몰랐던 늙은이 취급하며 그의 무덤을 파헤쳐 돈을 가져가려고 한다.

 꿈에서 깨어난 고두쇠. 그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간 세월의 상처를 극복하기라도 하듯이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고 선물을 사들고 조카의 집으로 향하는 고두쇠. '메리크리스마스'란 말을 가장 싫어하던 수전노에서 따뜻한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인자한 할아버지로 변하게 된 것은 지상의 천사 손녀딸 성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인하 청소년문화기자(경기대)  
 
 거의 무언으로 진행되던 천사들의 등장 장면에서 함께보던 어른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자 세세하게 설명해주던 총명한 어린 관객들. 이번 '구두쇠 고두쇠' 공연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것을 보고 느꼈을까.

 고두쇠 영감을 수전노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사회다. 그 안에서 개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이번 공연은 단지 밝고 명랑한 크리스마스가 아닌 조금은 어두운 그늘을 알아챌 수 있게 도와준 가족뮤지컬이어서 더욱 뜻 깊은 공연이 아니었을까.오늘도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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