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원점독립캠페인 Ⅱ 지적(地籍) 재조사 해외현장을 가다·8]

검증된 기술로 오류 최소화 '후발자 이익'

윤인수·김무세 기자

발행일 2007-12-18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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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제주도 등기를 확인할 수 있다고요. 놀랍습니다."

일본 지적 관계자들은 지적과 관련된 한국의 전산화 작업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일본에서는 특정지역의 등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당지역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지적제도는 여타 국가들이 갖고 있지 못하는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었다. 주변국 지적 관계자들은 지적재조사에서도 한국이 한국만의 특성과 '후발자의 이익'을 살린다면 오히려 자국에서보다 효율적으로 재조사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적도의 정밀성
   
  ▲ 대만 타이쭝(臺中) 공원에 설치돼 있는 지적 원점 관련 기념탑. 대만은 지적재조사 사업을 펼치면서 소실된 원점을 다시 복구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타이쭝 공원에 기념탑을 세웠다.  
한국의 지적도와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지적재조사 사업 실시 이전에 작성된 지적도는 모두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4개국의 지적도 모두 80~130년 전에 작성돼 현 시대가 요구하는 토지정보의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이들 지적제도 모두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한 '세(稅)지적'의 특성으로 시작돼 개인의 소유권적 특성을 나타내는 '법(法)지적'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의 문제점이다.

그렇지만 지적 전문가들은 그나마 우리나라 지적도가 상대적으로 정확하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일본(1876~1882), 대만(1897~1914년) 등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지적제도(1910~1924년)가 시기적으로 가장 늦게 완성됐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적 기술 및 장비들은 일제가 자국과 대만에서 검증한 기술을 들여왔기 때문에 그만큼 오류 가능성도 낮다.

GIS전문기업인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상수(59) 상임고문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 고문은 "부잣집 아들은 첨단기기가 나오자마자 물건을 구입한다. 그러나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은 처음에 도입된 장비의 문제점과 새로운 기술이 보완된 다음에 장비를 구입한다. 결과적으로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이 더 좋은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일본, 대만 등에서 지적사업을 실시한 후에 가장 좋다는 기술을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정확성의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지적제도의 지속성
우리나라는 근대지적 완성 이후 단 한 번도 지적제도 자체가 단절된 적이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1950년대 한국전쟁 중에 강원도 등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지적도가 소멸돼 종전 후 이를 재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소한 대만처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에 의해 지적도의 대부분이 소멸되거나, 중국처럼 사회주의가 들어서 근 반세기 동안 지적제도 자체가 사라진 역사적 경험은 없다.

대만 내정부 토지측량국 채홍훈(蔡鴻勳) 과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지적도가 불타 없어져버려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한국은 최소한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한국적 상황을 부러워했다.

# 늦어서 다행인 지적재조사
   
  ▲ 대만의 지적도.  
현대사회에서 지적도를 구축하는 데 더 이상 도해지적을 채택하는 나라는 없다. 도해지적은 지적 측량기사가 아무리 정확성을 기한다 해도 인간이 지적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측량 오차와 보관과정 중에서 생기는 오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경인일보 7월12일자 3면보도).

때문에 중국, 일본, 대만 등도 지적재조사 사업을 할 때는 모두 도해지적을 폐기하고 수치지적을 도입했다.

문제는 수치지적이 1980년대부터 도입됐다는 것. 일본과 대만 등이 재조사 사업을 펼쳤지만 80년대 초중반에 작성한 지적도는 '재조사 사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정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만 국토측회(測繪)센터 임연산(林燕山) 주임은 "대만의 도시지역의 재조사 사업은 지난 2005년에 이미 끝마쳤다. 그렇지만 1980년대 초반 이전에 재조사한 부분은 도해지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해당지역을 3차 재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재조사 사업이 늦어진 것은 어쩌면 다행인 일인지도 모른다"고 조언했다.

# 인재풀이 충분하다
우리와 유사한 지적사(史)를 갖고 있는 인접국가에서는 지적이 학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은 적이 없다. 때문에 대학 등의 정규 교육기관을 통해서 지적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국가행정의 기본이 되는 토지정보가 홀대 받으면서 지적학에 대한 관심은 점차 엷어지고 있다(경인일보 7월6일자 3면보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최소한 지적학을 전공으로 하는 4년제 대학의 지적학과가 있고, 석·박사 과정을 두고 있는 대학원도 존재한다. 한국지적학회, 한국지적정보학회 등의 학술단체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시아의 지적 관계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국제지적학대회 초대 및 명예회장도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배출했다.

지적재조사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방법론 및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유리한 국면인 것이다.

일본 토지가옥조사사회연합회 타다가츠 우에다(上田忠勝) 이사는 "일본에는 지적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한 곳도 없다 보니 지적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교육기관이 활성화돼 있어 여러모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현실이 한국이 지적재조사 사업을 펼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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