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해상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된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만리포와 꽃지해수욕장 등 서해의 청정해안은 시커먼 기름띠로 뒤덮였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마음에도 기름덩어리는 쌓여 무거웠다. 그러나 곧이어 '태안의 기적'이 일어났다. 사고 이후 20여일 동안 태안 바닷가의 방제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60만2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순수 자원봉사자는 42만여명으로 추산됐다. 기름띠 작업에 참여하는 봉사활동이 연말연시 신풍속도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IMF외환위기 때 나라를 살리자고 장롱 속 돌반지를 들고 나왔던 국민적 성원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세계 언론은 이를 두고 '인간띠가 기름띠를 이겨냈다'고 대서특필했다.
태안기름 유출 사고 이후 5개월여가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인천에서 바다를 생각하는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린다. 국토해양부는 국민들에게 해양의 중요성을 알리고 진취적인 해양개척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5월31일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張保皐)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이다.
지난 96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되어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바다의 날에는 정부차원의 기념식을 거행하고, 지자체·민간단체 등과 함께 전국적으로 다양한 바다주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바다 그리기 대회'는 경인일보와 가천문화재단, 해양경찰청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국토해양부와 인천시, 인천시의회, 인천시교육청, 중구,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 등은 후원한다.
올해 '바다 그리기 대회' 참가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까지 인천 지역 초등학생과 전국 중·고생 가운데 바다 그리기 대회 참가 희망자가 1만2천여명에 달했다.
'인천 사랑, 바다 사랑'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열리는 바다 그리기 대회는 전국 최대 규모의 학생 그림 그리기 대회로 꼽혀 왔다. 특히 '바다'라는 주제를 놓고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장소에 나가 현장에서 '바다 사랑'의 마음을 화폭에 담아내는 이 행사는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왔다. 인천의 경우 지리적으로는 바닷가라고 하지만 평소 학생들이 바다를 접하기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철책에 가로막혀 있거나 개발 바람에 개펄이 많이 사라진 탓이다. 바다 그리기 행사가 갖는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바다 그리기 대회'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과 국토해양부 장관상 등 2개의 장관상을 시상하고 있다. 그동안 월미도 문화의 거리, 자유공원, 인천항 갑문관리소 등 3곳에서 치러지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연수구 LNG기지 공원을 추가했다.
LNG인수기지가 국가 중요기간시설이란 이유였다. 지난 해부터는 이 LNG인수기지가 시민 품에 안겨 도심 생활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에 청량제가 되고 있다. LNG인수기지 입구(3지구)에 각종 스포츠 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바다 위 도로는 색다른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고, 스포츠·레포츠 시설은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이 곳에서 그림 그리기를 희망하는 참가자를 위해 주최 측은 인천지하철 동막역에서 LNG기지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키로 했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해양경찰청은 공기부양정과 경비정, 방제정(소화포 살포) 시범을 보인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는 태안오염 사고를 담은 40여점의 사진들이 전시되는 '바다사랑 환경사진전'이 열린다.
그림 그리기 행사는 3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열리고, 시상식은 7월11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갖는다. 수상작 전시회는 시상식이 끝난 뒤부터 17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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