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경찰 흉악범 얼굴 공개하나

경찰-법무부 근거 법안 '만지작'.. 인권침해 논란 여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 백승호 인권보호센터장은 2일 "흉악범들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근거 법률이 없는 이상 인권침해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로선 언론과 달리 국가 기관으로서 근거 법이 없는 상황에 먼저 나서서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 만큼 근거 법령 마련이 우선이라는 것.



   이에 따라 경찰은 법무부 등과 피의자 얼굴 공개를 위한 근거법 마련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은 어디까지나 이 법은 형사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법무부가 주관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며 한발 물러섰다.

   경찰은 근거 법령을 마련하기 위해 형사정책연구원에 관련 연구를 제의하거나 법무부에 관련법 제정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자체적으로 입법안을 만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의자 얼굴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보호의 가치가 조화돼야 하는 문제이기에 경찰이 입법을 건의한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과거 `지존파' 사건 등 국민적 관심을 끈 대형 사건에서 간간이 피의자들의 얼굴을 공개해 왔지만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호송 때 이들의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낸 이후 피의자들이 언론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려주기 시작했다.

   경찰은 작년 고시원 방화 살해 사건 때도 피의자 정상진의 얼굴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내부적으로 정의 얼굴을 공개할지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거센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정판결로 범죄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 가족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강호순 사건과 같은 대형 살인사건은 대부분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받아 사회와 격리되고 피해자들이 이미 사망한 상태여서 얼굴 공개의 실익이 `이런 죄를 저지르면 만천하에 얼굴을 드러내고 비난을 받는다'는 사회적 경고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상습 성폭행 등 재범의 우려가 크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범죄는 피의자 얼굴 공개의 실익이 있지만, 강호순은 얼굴을 공개한다 해도 어떤 사회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강의 아이들이 아버지 때문에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따가운 국민 여론은 인권 단체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일단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미뤘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전체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기에 지금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피의자도 인권이 있기에 기본적으로는 공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공개를 하고 싶으면 재판이라도 끝난 다음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과 사후 방지라는 원칙에 따라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를 원하는 여론도 이해는 간다"며 "그러나 이미 무기징역 이상의 형이 확실시되는 상태에서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며 오히려 그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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