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창간 48주년 기획 20년만에 다시찾은 섬]국화도

서해바다에 저홀로 핀 꽃같은 섬… 갈매기 따라온 뭍공기에 부끄러운 자태

김종호 기자

발행일 2009-03-11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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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외로운 섬 국화도(菊花島). 친구라고는 갈매기와 바람이 전부인 섬.

20여년전 세상 모든 것에서 부터 격리당한 것처럼 고독의 괴로운 분위기를 뿜어대던 국화도는 더이상 '떠나야했던 자리로 다시 되돌아 갈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외딴 섬이 아니었다.

이 섬이 국화도란 지명을 얻은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속해 있다.

화성지 도서편은 우정면 구화도(九化島)가 원래의 지명이라고 했고, 조선시대 유배지였던 곳으로 만화리에 속해 만화도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에 국화리가 되면서 섬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섬에서 만난 주민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국화도 지명의 유래는 이곳에서 많이 채취되고 있는 조개의 껍질인 조가비가 '국화꽃'을 닮았다해서 섬 이름을 예전부터 국화도로 불러왔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주민들의 섬 사랑은 대단했고, 국화도가 꽃처럼 아름다운 섬인 것만은 분명했다. 국화도의 면적은 0.39㎢. 걸어서 족히 4~5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모두 둘러볼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다.

국화도를 방문해 처음 만난 '당섬'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섬 주민들은 국화도에서 변하지 않은 곳은 당섬뿐 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섬은 마을의 서낭당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둥근 형태의 약간 높은 모습에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를 틀고 앉아있는 당섬에서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간 큰 일이 난다며 귀한 대접을 받는 당섬은 섬이 생긴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화도를 지켜오고 있다.

국화도에는 당섬이 있는 본섬에서 500m 거리를 걸어서 갈 수 있는 무인도 토끼섬과 매박섬이 위치해 있다. 바닷물이 차오르면 길이 잠기고,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오묘한 자연의 기적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일출과 낙조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연간 2만~3만명의 관광객이 이 섬을 찾고 있다. 수십년전 배편이 없어서, 잘 알려지지 않아서 외로움에 떨어야 했던 국화도가 이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도 종종 섬을 찾는다. 이들은 토끼섬과 매박섬 산책을 최고로 치고 있다. 운이 좋으면 바위틈에 숨어있는 낙지도 잡을 수 있고, 싱싱한 굴과 조개,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외국인들은 "국화도를 개발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세계 유명 관광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라며 "자연 그대로인 국화도는 그 자체가 최고의 관광상품"이라며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화도가 그동안의 고독과 외로움을 보상받기 위해 외국인들까지 유혹하고 있는 것일까.

20년전 19가구 30여명이었던 주민수는 지금 35가구 70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도시가 싫어 무작정 국화도로 떠나 왔다가 눌러앉은 외지인들이 관광업에 종사하면서 섬 전체 삶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당시 원주민들이 한데 모여 살아 한가지 형태였던 국화도가 지금은 두가지 모습을 갖추고 있다. 섬 중앙 좌측은 원주민들이, 관광객을 맞기 위해 지은 펜션이 있는 오른쪽은 외지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은 펜션이 있는 곳을 '신도시'라고 하고, 외지인들은 원주민 마을을 '시내중심'으로 불렀다. 수십년전에는 이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만, 세월은 국화도 전체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었다.

   

"섬에 웬 신도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이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에서 부러움을 느꼈다. 편을 갈라 갈등을 양산하고, 욕심과 이기심에 얼굴을 붉히는 회색도시의 어두움은 이곳에서 찾아볼수 없었다.

국화도는 예전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정기적인 배편이 없어 40리(화성시 궁평항~국화도) 남짓한 17㎞ 거리가 천리길보다 멀었다. 하지만 지금은 충남 당진군 장고항에서 배를 타면 20분만에 도착할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의 생활은 장고항 주변에 집중돼 있다. 주민들중 일부는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아이를 장고항 근처 학교에 데려다 주고, 다시 국화도로 돌아와 고기를 잡고, 조개를 채취하며 생활하고 있다.

장고항~국화도 배편은 하루 2회 정도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4회까지 운항된다. 20년전 국화도를 가기위해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 당진 삼길포까지 운항하던 먼 뱃길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화성시도 궁평항~국화도 정기 항로를 준비하고 있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차량을 이용해 충남 당진을 돌아 장고항에 도착, 국화도로 들어가는 교통불편이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작은 배 한척만 갖다붙여도 다른 선박은 이용을 할 수 없었던 국화도 선착장(148m)은 아주 고약하기로 유명한 이곳 바다 조수 간만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어 항상 배가 정박하고, 뜰 수 있다. 수십년 전에 비해 방파제(249m)의 규모도 커져있고, 물양장(어구 시설들을 말리거나 보관하는 장소, 9천468㎡)도 확대돼 있었다. 섬에는 식수용 담수화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예전에 비해 살기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주변 일대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 큰 선박의 운항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준설 작업 등이 벌어지면서 국화도 북쪽 해안의 모래가 빠져나가 해수욕장의 모습이 변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섬 주민들은 모래가 빠져나간 자리에 다시 모래를 채워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엔 하늘이 내려주신 천혜의 자연 경관이 훼손되는 것을 그대로 바라볼수 없다는 간절한 심정이 담겨 있다.

국화도 토박이인 김운학(46·김양식)씨는 "20년전 국화도에선 외지인, 또는 관광객들이 섬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뉴스였다"며 "그만큼 주민들은 순수했고, 섬과 주변 바다의 자연은 때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의 소득이 그때보다 향상되고, 생활도 나아졌지만, 자연은 그만큼 훼손되고 있다"며 "자연을 통해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잃는다는 진리를 국화도는 깨우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국화도가 지금은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약간 변했을지 몰라도 수십년전 불리한 생활여건을 땀으로 극복해 낸 주민들의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며 "국화도는 아직도 주민들에게 강인한 삶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섬에 반해 2003년 정착한 신동찬씨

"여름엔 민박집… 겨울엔 어부로… 이곳이 천국"

   
"국화도에 바다 낚시하러 왔다가 이곳 자연에 푹 빠져 아주 눌러 앉았습니다."

서울에서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하던 신동찬(49)씨는 지난 2003년 회사를 정리하고, 국화도에 정착했다. 그는 '국화도 섬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신씨는 "여름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민박집 운영과 겨울엔 바다낚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곳이 천국인데, 불편할게 뭐 있냐"며 "깨끗한 바다와 맑은 공기가 영혼을 살찌우고 있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국화도 주변 바다는 많은 어종의 보고"라며 "우럭, 놀래미, 붕장어 등이 많이 잡히며 해안가에선 조개, 개불, 소라, 전복, 낙지 등이 깔려있다"고 자랑했다.

신씨의 말 처럼 국화도는 주변에 일출이 아름다운 석문면 왜목마을과 대호 방조제, 난지도해수욕장, 고대면의 영랑사 등의 관광지가 있다.

고둥과 소라가 지천에 널려있어 누구나 쉽게 망태를 채울 수 있고, 본섬과 토끼섬, 매박섬 사이에 바닷길이 열리면 이곳에서 야간에 횃불을 들고 낙지도 잡을 수 있다.

섬 주변에 난 산책로를 통해 국화도 전체를 감상할 수 있고, 바닷물이 깨끗해 스킨 스쿠버 동호인들이 섬을 자주 찾고 있다.

바지락 체험, 좌대낚시도 즐길 수 있으며 건강망 체험(그물을 쳐서 잡히는 고기를 모두 가져가는 프로그램)은 예약이 밀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있다.

섬 중앙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어린이 전용 풀장과 족구장도 갖추고 있으며 넉넉한 섬 주민들의 인심은 국화도를 다시찾게 하는 매력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쌀쌀한 3월의 날씨에도 불구, 선착장에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국화도로 들어 오고 있었다.

신씨는 "국화도는 말로 표현을 다할수 없을 정도로 아주 뛰어난 자연 경관을 갖고있다"며 "이 곳에 온 관광객들은 매우 만족해 하고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글/김진태·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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