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택지개발 이대로는 안된다·7]택촉법 이대로 좋은가

잦은 토지소유권 변동 땅값 상승 부채질… 지역특성 고려 법개정 절실
공공택지 개발을 위해 태어난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촉법)이 올해로 시행 30년을 맞았다.

택촉법이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 주택보급률을 높이고 서울 중심적인 구도를 흔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대한 토지를 수용한 뒤 단기간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방식은 여전하다.



현 시점에서 택촉법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강산이 3번이나 바뀔 수 있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잦은 소유권 변동=택촉법이 안고있는 문제점 중 하나로 토지에 대한 소유권 변동이 꼽힌다. 택촉법에 의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토지수용이 뒤따른다. 토지 소유권은 개인이나 기업 등에서 택지개발사업 시행자로 넘어간다. 이 땅을 시행자는 택지로 만들어 건설사나 공공기관 등에 분양하고, 토지소유권 또한 이동한다. 다시 이들이 아파트나 상가를 지어 분양하면 소유권에는 또 한번 변동이 생긴다. 물론 택지개발사업 시행자가 직접 아파트 등을 짓는 경우에는 소유권 변동 횟수가 줄어들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과자 한봉지라도 유통단계가 많을수록 값이 비싸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소유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윤'이 생기는 이치가 택지개발사업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택지개발시 사유지 수용이 용납되는 것은 공공택지를 조성해 공공의 이익을 구현하겠다는 취지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주택 용지만이라도 택지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한 뒤 공공이 직접 시행해 분양가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무소불위 택촉법=택촉법은 특별법 부럽지않은 권한을 행사한다.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 주택공급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에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기만 하면 도시계획이 의제처리된다. 즉,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지자체가 20년을 바라보고 공을 들여서 수립한 도시계획이 택지개발지구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이렇게 혼자 다 해먹는 지구가 최근에 또 하나 등장했다. 바로 보금자리주택건설등에관한특별법이 지정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다. 목적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이고, 사업 부지의 대부분이 그린벨트라는 것은 차이지만 성격은 택지개발과 유사하다. 지자체의 의사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가 지정되며, 일단 지구 지정이 되면 지자체의 장기종합계획인 도시계획 역시 의미를 상실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택촉법은 주택이 부족한 시기에 만들어져 주택 공급을 위해 시행됐지만 현재는 사정이 달라졌다"며 "주택이 한참 부족할 때는 나름의 역할이 있었어도 이제는 도시계획의 체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보금자리주택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변화가 필요하다=정부가 추진중인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변화한 시대상을 대변한다. 30년간 가열차게 진행한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이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래도 아직까지 택촉법 폐지와 개정 중 선택하라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개정의 손을 들어준다. 택촉법의 기능을 대체할만한 대안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폐지보다는 개정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고, 일부는 정부가 직접 손질을 하기도 했다. 이런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추세이고, 최근에는 지자체들까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택지개발의 천국'인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도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권한을 개발면적에 관계없이 시·도에 이양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신건성 도 택지계획담당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중앙정부 주도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 난개발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 인터뷰 / 최진환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택촉법 개정은 시대적인 요구입니다."

최진환(37)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군사정권 시절 대규모 택지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제정한 법이 택촉법"이라며 "법명 자체에 '개발'이 포함된 개발제일주의 시대의 유산이라 현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일방적인 토지 수용과 다른 사업들에 비해 빠른 수용 시점, 그리고 민간에게 토지수용권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택촉법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토지 수용은 막대한 보상비를 뿌리고, 이 보상비가 다시 부동산 투기에 사용되는 악순환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토지구획정리사업처럼 수용 외 환지방식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업들은 실시계획 승인 뒤 토지 수용이 진행되지만 택촉법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면 바로 시작된다"면서 "이렇게 빠른 수용은 수용당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또 "택지개발은 공영개발이지만 민간공동 사업도 가능하다. 만약 민간이 제안한 택지개발시 토지수용권이 발동되면 이는 민간사업을 위해 토지수용이란 막강한 권한을 주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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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천·김창훈기자

c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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