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황금어시장을 찾아서·23]"총각은 새우를 먹지 마라"

김장철 팔딱팔딱 생새우… 임자도 전장포·소래포구 새우젓시장 '유명'

경인일보

발행일 2009-08-26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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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녘 운반선이 소래포구로 들어오고 있다.
[경인일보=글·사진/강제윤 (시인·'섬을 걷다' 저자)]

#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은 새우를 먹지 말라'

한국에서 젓새우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임자도와 낙월도 등 신안의 바다다. 이 지역에서 전국 젓새우의 60% 이상이 산출된다. 중국산이 아닌 국산의 경우 소래나 광천 토굴젓 등 이름난 새우젓들도 대부분 여기서 난 젓새우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젓새우는 배에서 잡는 즉시 소금에 절여진다. 새우 양의 15~40%에 해당하는 소금을 넣고 절인 새우는 대개 유명한 새우젓 산지로 가서 숙성 과정을 거친 뒤 시장에 나온다. 더운 한여름에 잡히는 육젓은 김장철까지 오래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소금을 많이 넣지만 가을에 잡히는 추젓은 소금의 비율을 낮게 잡는다. 보통 굴이나 창고 등의 서늘한 곳에서 2~3개월 정도 발효시키면 새우젓이 탄생한다.

임자도 전장포, 소래 포구, 강경, 광천, 마포 등이 예부터 새우젓 시장으로 유명했다. 젓새우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음력 3~4월의 새우는 춘젓, 5월에 잡히는 것은 오젓 혹은 오사리젓이라고도 한다. 산란기인 6월에 잡히는 육젓이 최상품이다. 다른 새우보다 살이 통통해 값은 비싸지만 김장용으로 선호된다. 7~8월은 자젓, 9~10월은 추젓, 추젓은 주로 요리에 사용된다. 1~2월 한겨울의 새우는 동백하젓, 2~3월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가장 작은 새우로는 곤쟁이젓을 담는다. 그 밖에도 자하젓, 차젓, 풋젓, 동젓, 닷대기 젓 등 새우젓의 수는 많기도 하다. 민물새우로 만든 것은 토하젓이다. 새우 극상의 맛은 옛날 궁중 진상품으로 올리던 새우 알젓이다.

새우는 흔히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은 새우를 먹지 말라'거나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말라'는 등의 식담이 생겨났다. 새우의 영양분은 머리에 가장 많다. 가재 등 다른 갑각류와 달리 새우만이 머리에 알을 싣고, 뇌와 정소, 간장 등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그래서 '머리가 붙어 있지 않은 새우는 먹지 말라'는 식담도 생겼을 것이다. 음식은 성질이나 영양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성음식이 몸에 이롭다. 음식 궁합을 중요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산성이 강한 새우는 아욱 등의 알칼리성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궁합에 맞다. 성질이 찬 음식인 보리밥에 더운 성질의 풋고추를 함께 먹는 것도 그런 이치다.

# 새우 한 마리가 일 년에 알 180만개 낳아

   
▲ 추젓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소래포구 생새우 값이 두 배로 훌쩍 뛰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김장철이 가까워질수록 생새우 값은 치솟는다. 싼값에 생새우를 사려고 왔던 관광객 일부는 입맛을 다시며 발길을 돌린다. 몰리는 인파에 비례해 가격은 등락을 거듭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한 말(3㎏)에 1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다. 보통 10월 중순이면 한 말에 1만5천원씩 하던 생새우가 11월 들어서는 평균 4만원 선이다. 새우는 화석이 고생대 데본기 때부터 나타날 정도로 오래된 생물이다. 전 세계 바다에 2천500여종이 살고 있으며 한국의 바다에는 그중 100여종이 서식한다. 보리새우류, 생이류, 가재류가 모두 새우라 부르는 것들이다. 젓새우는 보리새우류에 속하는데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등이 이 부류다. 생이류에는 도화새우, 자주새우가 있고 가재류에는 닭새우, 가시발새우 등이 있다. 바다 새우는 해하(海鰕), 민물 새우는 이하(泥鰕)라 했다. 일본에서는 허리가 굽은 생김새 때문에 바다 노인(海老)이라 부르기도 한다.

새우는 번식력이 탁월하다. 암컷은 한 번에 보통 60만개 이상의 알을 낳고 1년에 3번까지 번식한다. 새우 한 마리가 일 년에 180만개의 알을 낳는 것이다. 생존율은 1.9% 이하지만 알의 수가 엄청난 까닭에 새우류가 그토록 번식한다. 새우들도 회유성 어족이다. 서해안에서 태어난 새우들은 그 작은 몸으로 동중국해까지 내려갔다가 이듬해 봄, 모해로 돌아와 산란한다.

# 새우젓만큼이나 생새우도 많이 팔리는 소래포구

   
▲ 꽃새우
저물녘 소래포구, 사위는 이미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 소래포구 어선들의 주요 어장은 덕적도 인근과 자월도 부근의 초치도 바다다. 뒤늦게 새우 배 한 척이 어장에서 포구로 들어온다. 제 3평안호. 선원들은 젓새우가 담긴 노란 플라스틱 박스들을 하역한다. 대기 중이던 인부들이 손수레에 옮겨 싣고 위판장으로 옮긴다. "신창호 것 주시오." "신흥호 것 주시오." 위탁받은 어선의 새우를 찾는 인부들의 호명소리가 이어진다. 평안호는 운반선이다. 뱃전에 그물이 없으니 어선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운반선은 한번 출어하면 보름씩 들어오지 않고 붙박이로 조업하는 닻자망 어선들이 잡은 새우를 대신 운반해 준다. 보통 어획량의 1할 정도가 운반선의 몫이다. 비좁은 통로를 오가며 인부들은 연거푸 소리를 질러댄다. "비켜요 비켜."

소래의 젓새우들은 젓갈용으로도 팔리지만 김장철이면 부둣가에서 생새우로 팔리는 양이 더 많다. 상인들이 소비자에게 생새우를 파는 단위는 말, 반말, 1㎏, 한 근 등 다양하다. 한 말은 상인들이 임의로 만든 단위다. 작은 플라스틱 통을 한 말로 친다. 통의 크기는 해마다 줄어들었다. 곡식을 담는 됫박이 대두에서 소두로 줄어든 것과 같다. 과거에는 5㎏이었지만 요즘 소래에서는 3㎏을 한 말로 친다. 한 근은 400g. 소비자들은 필요에 따라 근으로 사기도 하고 킬로그램이나 말로 사기도 한다.

   
김장철이면 사람들은 때깔이 좋은 흰새우나 육젓을 찾지만 "김치 담그는 데 비싼 새우나 비싼 오젓, 육젓 사다 넣을 필요없다"고 소래포구에서 수 십 년 새우젓 배를 부린 선주는 충고한다. 가을에는 육젓보다 빨간 새우나 잡젓이 살이 더 많고 맛이 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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