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산행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 강원 삼척·울진 응봉산

쉬 마음을 열지않는 콧대높은 응봉의 속살…아이 키만큼 모자란 1천m정상 초보 산꾼은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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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객원기자/송수복]# 말동무와 어깨를 견주며 걷는 널찍한 길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을 알았을까. 모두들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는 무박산행에 동참하여 인사를 나눈다.

강원도로 접어들자 겨우 차내가 잠잠해진다.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에 걸쳐 있는 응봉산 자락의 덕구온천을 지나 입산안내를 알리는 고갯마루에 서니 분간이 안가는 불빛 몇 개가 겨우 눈에 들어올뿐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김규열(45) 산행대장을 선두로 능선을 따라 어두운 산속으로 그저 묵묵히 뒤따라 걷는다. 그렇게 접어든 옛재능선 길은 비교적 폭이 넓기에 어깨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아서인지 다들 말동무를 옆에 두고 있다.



해가 뜨려면 다소의 시간이 남았기에 머리에는 제각각의 불빛을 하나씩 달았다. 그 모습에서 이 지역의 옛 탄광촌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어슴푸레 하늘이 밝아오면서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정상에 한참을 못미친 헬기장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했다. 하늘로 가득 퍼진 붉은 물결이 울진 앞바다와 맞닿으며 바다마저도 타오르게 만든다.

# 깊디깊은 응봉산의 숨은 계곡들

응봉산 정상은 1천m가 되기엔 1.5m가 모자란다. 그래서인지 2m가 넘는 정상석으로 이를 보충하려 했는지 몰라도 우람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응봉산의 정상석이 아침햇살을 받아 수줍은 듯 붉은 얼굴로 산악회원들을 맞아준다.

주변으로 이만한 높이의 산이 보이질 않으니 산중의 산으로 남아서 주변을 호령하고 있는가보다. 그래서인지 응봉산 자락에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계곡들이 즐비하다. 온정골, 재량박골, 용소골, 구수골 등이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용소골은 그 길이만 14㎞에 달하며 셀 수 없는 소(沼)들로 가득해서 하루에 둘러보려면 이처럼 부지런을 떨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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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박골로 향하려면 응봉산 정상에서 북동쪽의 능선길을 따르다 오른편의 갈림길로 접어들면 되지만 용소골을 가려면 옛재능선에서 오르는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수 많은 표식기가 달려있고 6시간30분이 소요된다는 안내판도 서있다.

정상에서 직진하여 600여m를 진행하다 만난 도계삼거리 표지판에는 온정골 너머의 구수골 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만 진행방향인 용소골이나 작은당귀골에 대한 표시가 없다. 그러나 많은 산악회가 다녀간 흔적이 표식기로, 남은 방향으로 진행하면 용소골의 상류인 작은당귀골로 스며드는 길이다. 경북 울진군에서 세워둔 것이어서인지 강원 삼척방향의 등산로에 대해서는 안내하기 싫은 모양인가 보다.


#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계곡산행의 즐거움

본격적인 계곡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카메라가 바빠지는 풍경이 펼쳐지며 이내 등산로를 버리고 계곡물을 가로지르며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신고온 중등산화가 물에 젖을까 전전긍긍 하는 필자의 모습이 대비된다.

마침 앞서가던 신연호(55) 회장이 "지금은 수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그렇지 비가 내렸거나 내리는 중이었다면 물에 빠지지 않고 지날 수가 없는 계곡이 용소골이에요"라고 말한뒤 계곡을 거침없이 건너간다.

지난 황악산 취재산행에서 만나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기로한 이승은(41·여)씨도 보란듯이 필자 앞을 가로질러가기에 발톱이나 빠지라고 악담을 해줘도 그저 좋다고 싱글벙글이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작은 소(沼)와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의 모습에 흠뻑 도취되어 있다가도 종종 바위틈이나 계곡 바닥에 박혀있는 정체불명의 쇳조각 앞에 멈춰선 필자에게 "일제시대에 소나무를 벌목해서 운반할 때 쓰던 레일이랍니다"라며 원희옥(42)산행대장이 설명해준다. 이러한 레일의 흔적은 하산할 때까지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온국토를 어느 정도로 철저히 유린하였는가를 증명해 보이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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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여를 걸어내려온 계곡은 협곡으로 변모를 하며 바위를 오르내리게 하는데 위험스런 구간도 종종 나타난다. 계곡가로 매어진 밧줄에 의지하거나 이마저도 없는 경우도 있어서 초보산꾼들은 여러군데서 어려움을 겪는다.

제2용소를 지나 제1용소로 향하던 중 소방대원이 정강이뼈가 골절된 등산객에게 에어부목으로 응급처치중인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이윽고 흙먼지와 물보라를 일으키며 헬기 한 대가 머리위를 선회하더니 환자를 응급이송 조치한다.

현장에서 만난 삼척소방서 소속의 정윤일(39)소방교는 "응봉산은 관리주체가 없어서 시설물도 미비하고 등산객들 또한 안전의식 결여로 인하여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이라며 안전산행에 각별히 신경써줄 것을 당부한다며 또 다른 사고현장으로 황급히 떠나는 모습을 뒤로한채 하산했다.

※ 산행 안내
■ 등산로
덕구온천~옛재능선길~응봉산~재량박골 (6시간30분)
덕구온천~옛재능선길~응봉산~용소골~덕풍계곡 (10시간30분)
■ 교통
영동고속도로~삼척~덕구온천
■ 산행 TIP
수도권에서 응봉산을 산행지로 삼을 경우 무박이나 1박2일의 일정으로 잡아야하며 산행시간도 시간에 쫓기지 않게 잡아야 한다. 특히 용소골을 산행 대상지로 선정할 경우 우천시에는 산행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용소골은 협곡으로 이뤄져 상류에 비가 내릴 경우 계곡 전체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며 주변 탈출로도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계곡을 건너야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소(沼)들도 많은 까닭에 우천시의 산행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덕구온천이 있는 온정골이나 옛재고개길로 용수골로 접어들 경우 산행시간은 10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어 초보자나 노약자에겐 무리가 되며 절대 시간단축이 되지 않는 곳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또한 인사사고가 빈번한 곳이니만큼 인솔자나 산악회 운영진들은 각별히 회원들의 안전산행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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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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