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황금어시장을 찾아서·26]월동대비 살오른 가을 꽃게도 일품

물고기집 헐어서 사람집 짓는 포구

경인일보

발행일 2009-09-23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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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글·사진/강제윤 (시인·'섬을 걷다' 저자)]새우나 주꾸미와 함께 소래를 포구답게 하는 대표어족은 꽃게다. 인천을 비롯 수도권 사람들은 싱싱하고 값싼 꽃게를 사러 소래포구를 찾는다. 꽃게는 알배기 봄 꽃게를 일미로 치지만 산란을 끝내고 월동에 대비해 살을 찌우기 시작한 가을 꽃게도 일품이다. 덕적도 인근 어장에서 조업을 마친 꽃게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면 소래포구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 또 하나의 소래 명물 꽃게

수심 20~40m의 바다 속에 사는 꽃게는 야행성이다.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해 조개나 가재, 새우 등을 잡아먹고 산다. 15℃ 이상 되는 바다 속에서 산란한다. 10℃ 이하로 떨어지면 동면에 든다. 그래서 과거에는 꽃게를 동면시켜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덕적도 인근은 최대의 꽃게 어장이었다. 지금도 소래의 어선들은 덕적도 근해로 꽃게잡이를 나간다. 1980년대 덕적도 도우(濤 ) 포구 앞바다는 꽃게잡이 선단의 전진기지였다. 어선들이 꽃게를 잡아오면 모선에서는 꽃게를 포장했다. 최상품 꽃게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됐다. 산 꽃게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꽃게를 '마취'시켜야 했다. 얼음물 탱크에 산 꽃게를 넣고 15~20분 정도 지나면 꽃게들의 몸이 마비되어 발을 웅크리고 몸이 굳어졌다. 톱밥을 깐 상자에 동면에 든 꽃게를 쌓고 다시 톱밥을 뿌리고 꽃게를 쌓았다. 상자는 테이프로 봉인했다. 비행기를 통해 일본으로 운송된 꽃게는 포장을 뜯으면 다시 살아났다. 이동 중에 온도가 올라가 동면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 "산 꽃게보다 냉장 꽃게가 더 맛있어요"

옛날 양반가 중,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나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등의 가문에서는 꽃게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정도를 가지 않고 옆으로 걷는 걸음걸이나 속 창자가 없는 게의 생리를 금기시한 때문이었다.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늘날 그런 이유로 꽃게를 먹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없어서 못 먹는다.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서민들은 쉽게 먹기 어려운 귀물. 하지만 꽃게 철, 소래포구에서는 아주 싼 값에 황해바다에서 방금 올라온 꽃게를 구입할 수 있다. 꽃게는 수족관에 들어가 있는 산 꽃게보다 냉장 꽃게가 더 맛있다고 한다. 그물에서 떼어낸 꽃게를 배에서 바로 얼음에 재어 오기 때문이다. 물론 갓 잡아온 것은 당연히 산 꽃게가 맛있다.

"죽은 게가 더 맛있어요. 산 게는 수족관에 들어가서 며칠씩 있으니 진이 다 빠져버려요. 배에서 바로 얼음에 재어 오는 것들이 물건이 좋아요."

   

소래선주상인조합 정광철(58) 회장의 말이다. 운반과정에서 시달리고 수족관 속에 갇혀 있느라 진이 빠진 활어 회보다 산지에서 바로 피를 빼고 냉장해서 유통되는 선어회가 더욱 신선하고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속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활어나 산 꽃게만을 선호한다.

꽃게 중에서도 최고의 맛은 6월의 암게다. 암게는 어두운 갈색이고 수게는 초록빛을 띤 회색에 가까운 갈색이다. 하지만 꽃게는 삶으면 붉은 빛으로 변한다. 아스타산틴 때문이다. 꽃게, 새우, 가재 등의 갑각류나 어패류는 적외선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아스타산틴이라는 색소를 지니고 있다. 단백질과 결합한 아스타산틴 색소는 청록색을 띠지만 분리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보통 70℃ 이상이면 아스타산틴 색소와 단백질이 분리된다. 아스타산틴은 항산화 능력도 뛰어나다. 비타민 E보다 550~1천배 이상 되는 항산화력을 가지고 있다.

   

# 바닷모래 채취로 산란장 줄어들어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게 철은 길다. 깊은 바다 속에서 겨울을 난 꽃게는 3~4월이면 산란장을 찾아 낮은 바다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들물 때 주로 잡힌다. 이 무렵에는 수게가 살이 많다. 산란 직전인 5~6월이면 꽃게는 아주 얕은 물까지 나온다. 이때는 암게들도 장이 가득 차고 살도 푸지게 오른다. 꽃게는 수온에 민감해서 봄 바닷물이 따뜻하지 않으면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민물이 내려오는 육지나 섬 주위의 모래밭이 꽃게의 산란장이다. 뭍에서 흘러내려오는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산란철인 7월 15일~8월 31일 사이는 금어기다. 산란이 끝난 꽃게들은 8~9월이면 뱀이 허물을 벗듯 두꺼운 껍질을 벗어던진다. 탈피(脫皮). 꽃게가 옷을 갈아입는 것은 몸이 크기 위해서다. 허물을 벗은 꽃게는 몸이 훌쩍 자란다. 하지만 딱딱한 껍질을 벗었으나 아직 새 껍질이 야물지 않은 꽃게들은 흐물흐물 물렁하다. 그래서 이 때 잡히는 '물렁게'는 제값을 받지 못한다. 산란을 끝내고 연안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은 꽃게들은 늦가을이면 다시 깊은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가을 꽃게가 수면으로 뜨는 봄 꽃게와 달리 가라앉으려는 성향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살이 오른 꽃게는 11월말이면 연안에서 자취를 감춘다. 월동을 위해 깊은 바다 속으로 숨어든 것이다. 더러 꽃게 풍년인 해도 있지만 황해바다에서 꽃게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계속되는 바닷모래 채취로 산란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꽃게와 물고기들의 집을 헐어다 사람의 집을 짓는다. 바다 생태계의 파괴가 계속되는 한 언젠가는 소래포구에서도 꽃게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아파트 벽 속에는 얼마나 많은 물고기 알들이 화석처럼 굳어져 있는 것일까. 오늘 소래포구를 포위한 저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사람의 집인 동시에 물고기들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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