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산행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전북 무주·충북 영동 민주지산

파란하늘 눈꽃능선 저 먼바다 산호섬을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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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민주지산이여

[경인일보=송수복기자]여느 때의 봄비처럼 부슬거리며 온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던 1998년 4월 1일 아침, 전북 무주를 출발한 특전사 대원들이 20여㎞를 걸어 도착한 민주지산에서 밤을 맞았다. 내리는 비를 모두 맞아가며 걸어온 터라 체력소모가 컸기에 체온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산 정상 부근에서 전술훈련 막영을 하던 중 악몽의 순간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기온에 강한 바람과 함께 몰아닥친 눈보라 때문이었다. 초속 40㎞의 강풍과 어둠은 헬기조차 띄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갔으며 결국 저체온증으로 6명의 특전사 대원이 사망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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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 정상 아래 300여m 지점에 자그마한 대피소가 생겼다. 26㎡ 남짓 대피소 안에는 등산객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술병과 잡다한 쓰레기들이 뒹굴었다. 국립공원외 지역에서의 유일한 무인대피소인 만큼 등산객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텐데….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이 날 선 추위도 막고 눈보라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됨을 항상 상기했으면 한다. 서럽도록 시린 바람이 시퍼런 사슬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것처럼 두렵던 그날과 같은 날이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었을까.



#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각호산 봉우리

지난 계절의 흔적을 모두 뒤덮은 흰 눈이 가득한 길이다. 찬바람이 밤새 나뭇가지에도 하얗게 매달려 아침햇살에 부서지는 가운데 도마령(840m)을 오르는 버스의 행렬이 힘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깥 공기가 예사롭지 않고 젖은 바짓가랑이 잡고 오르듯 어기적거리는 발걸음으로 산행들머리인 계단을 오른다. 등산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지나간 터라 눈길이어도 발목을 덮진 않는다.

도마령에서 각호산으로 오르는 길은 천상화원이 아닌 남태평양 어디쯤 있는 산호섬 부근인 듯 아름답게 피어난 상고대와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따라 한 시간 가까이 오르자 능선 곳곳에서 등산객들의 탄성이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다.

"늘 부모님과 함께 산행을 했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상고대가 각호산과 민주지산을 잇는 능선에 멋지게 피어난 풍경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뒤 이어 오른 하용진(48) 총무가 단란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함께 능선을 바라보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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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두름산, 백운산의 민주지산

1414년 조선 태종 때 조선을 팔도로 나누며 생긴 삼도의 구분점인 봉우리가 민주지산의 능선과 닿아 있어 얽혀있는 지역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충청도쪽에서 부르던 이름이 민두름산이라고 해요.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백운산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는데 지금은 민주지산이죠. 일제가 잘못 표기한 까닭에 우리지명찾기운동 하시는 분들은 백운산으로 부르자고도 한답니다." 원정희(39) 산악대장이 자신의 등판만큼이나 너른 민주지산 정상을 가리키며 마고할매 머리만큼 하얀 산머리들을 감상하잖다.

멀지 않은 곳으로 덕유산의 전경이 펼쳐지고 스키장의 긴 슬로프가 백사(白蛇)의 모습과 닮았다. 능선길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가운데 민주지산 너머 솟아오른 각기봉과 삼도봉이 그 가운데 섰다.

능선길 아래 대피소 안팎에선 점심식사를 즐기는 등산객들이 빼곡하다. 가져온 음식물을 담아두었던 봉지며 주변 쓰레기까지 말끔히 정리하던 어느 연로한 등산객의 모습에서 '산꾼'이란 단어가 찬바람 녹이는 햇살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었을까. 사방천리 막힘 없는 시원한 민주지산의 산봉우리는 어느새 겨울 햇살아래 포근한 기운을 안고 있는 듯 따스함이 전해오는 듯하다.

# 심산유곡의 정취가 묻어나는 물한리계곡

"편지대장 나오세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직업이 집배원인 후미대장을 부르는 말이었다. "형들이 그리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고 좋아요." 김범수(35) 후미대장이 흰니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으며 무전을 주고 받는다. 쪽쇄골로 하산한다며 방향을 따르다 보니 김홍모(58) 산악회장과 어느새 앞뒤로 섰다. "동계산행인데다 다른 산악회 사람들과 함께 오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삼도봉까지 돌아서 하산할 수 있기도 하지만…." 김홍모 회장의 판단대로 해거름 전에 하산을 하는 게 맞다며 다른 일반회원들도 거든다. 한여름에도 물속에 들어가기 겁날 정도로 물이 차다고 소문난 계곡으로 내려서자 머리 위로 빼곡한 나무들과 수㎞ 이르는 깊은 계곡에 묻히는 형국이다. 민주지산이 품은 음주암골, 쪽쇄골, 무지막골, 각호골 계곡은 한천마을에 이르러 초강천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금강으로 흐르고 천연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주민들의 애정 또한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인근에 세워지려는 스키장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 산행안내

■ 교통

자가용 : 경부고속도로 ~ 대전IC ~ 무주IC ~ 도마령

■ 등산로

도마령 ~ 각호산 ~ 민주지산 ~ 물한리 (4시간30분)

도마령 ~ 각호산 ~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 ~ 물한리 (6시간30분)

※ 오산 매홀산악회

음주가무없는 가족맞춤 산악회… 매달 첫째 일요일마다 정기산행

해돋이 산행때 설악산에서 한파를 만나 두볼에 동상끼가 남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해주던 정분자(64·여자)씨의 말을 빌면 오산지역을 대표할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산악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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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정과 국내산행 두루 섭렵하였다는 정분자씨의 말을 잇는 이가 있었으니 매홀산악회의 창설 주역인 박충광(53)씨였다. "2006년도에 설립해서 음주가무없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산악회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래도 남아준 회원과 새로 들어온 회원들이 잘 화합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 앞으로 더욱 잘하도록 서로 노력해야겠죠"라며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산악회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돋보이는 듯 하다. "오산의 옛이름인 매홀을 따서 만든 만큼 자랑스런 명품 산악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원 모두가 노력할 것입니다." 박충광씨의 말에 많은 회원들이 박수로 화답을 보내는 자리가 더욱 빛나 보인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이 정기산행일이며 오산시청 후문에서 출발하는 동호인 산악회다.

회장 김홍모 010-9437-9356 총무 하용진 019-330-9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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