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교육정책에 관한 열정과 냉정 사이

성급함과 조바심 미래교육 그르쳐… 백년대계 오랜 헌신과 노력 필요해
   
▲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경인일보=]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육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고, 교육에 관한한 우리 국민 모두가 전문가로서 자임하기 때문에 교육 관련 문제는 국가 정책의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연초부터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추진해온 학교 다양화 및 자율화 정책,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과 시행, 입학사정관 제도 확대, 대학 통폐합 및 구조조정, 국립대학 교수 성과 연봉제 등 정부의 다양한 교육정책 시행 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새롭게 시도되는 여러 교육 정책들이나, 학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불만은 우리 사회의 교육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열망을 담고 있다. 정부가 초중등 및 대학 교육정책 방안을 열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현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제시이며, 미래 한국 사회를 한발 앞서서 준비하고자 하는 이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정책 제시는 일부 인순고식(因循姑息)하는 교육계를 자극하고 깨우치는 채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관련 부처가 어떤 교육 정책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토론하며 숙고하는 단계를 소홀히 하고, 단순히 지금 학교 현장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성급하게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에 충실하여 이를 일방적이고 하향 방식으로 제안한다면 이러한 정책은 한국 사회의 전통과 현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간과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근래 각종 매체를 통해 공지되는 우리 사회의 교육 정책은 필자로 하여금 이 정책을 교육에 대한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알묘조장(苗助長)'과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화를 통하여 우리 교육 정책의 방향을 음미해 보자.

춘추전국시대 송(宋) 나라의 어떤 농부는 "모(苗)를 심은 다음 날부터 매일 논에 나가 모를 돌보면서 이 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루종일 심은 모를 뽑아 올려놓고(苗助長)는 피곤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자신의 아들에게 '나는 오늘 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온 종일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자랑하였다. 아들이 놀라서 논에 나가 보니 이미 모든 모들이 말라 죽었다"는 이야기가 '맹자'에 인용되어 있다. 맹자는 이 우화를 통하여 사람들은 어떤 일을 도모함에 반드시 어떤 결과가 금방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열망을 갖기 마련인데, 만약 성급함과 조바심만이 지배하는 열망은 오히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자라는 생명의 본성을 일그러지게 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맹자는 특히 정치가들에게 농부가 농사일을 하면서 마치 봄이나 여름 한 철로 꽃피우고(生), 열매 맺고(長), 추수(收)해서 갈무리(藏)하는 일 년의 일거리를 다 하려는 진지한 열정이 지나쳐, 오히려 이 열정과 조급함이 생명을 가꾸고 살리는 일보다 생명을 죽이게 되는 실수로 이어진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교육정책에 관한 이러한 열정의 맞은 편에 인간의 차분한 인내와 불굴의 노력을 통하여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우공이산'의 우화를 맞세울 수 있다. 인간의 인내심과 의지와 관련하여 이 우화는 '열자'편에서 인용되는 이야기로써, "90세의 늙은 우공은 자신이 살고있는 집이 산에 막혀 불편하자 이 산을 옮기기로 하고, 조그만 삼태기에 흙을 퍼 나르면서 산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주위에 사람들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않은 노인네가 산을 옮긴다고 비웃으며 만류하자, '내가 죽는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남고 그 아이들이 커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고 자자손손 대가 이어질 것이고, 산을 옮기는 작업도 계속되어 반드시 이 산이 옮겨져서 편편해질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일을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이 우화에서 우리는 인간을 키우는 교육 정책의 다양한 제안은 구성원들의 열정과 열망에서 시작하지만 참된 인간 완성은 오랜 기다림과 진지함, 쉬지 않는 헌신과 노력, 인간에 대한 신뢰를 통하여 이룰 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기원전 7세기 제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명재상 관중(管仲)은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으며,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고, 일생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교육은 하루아침이나 한 해의 일거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전 생애와 국가와 사회의 미래가 달린 거대한 과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백년대계인 교육을 성급한 열정만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았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이다.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