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조기 교육은 언제부터가 좋을까?

의학적 장기기억 형성나이 만6세… 취학 전 조기교육은 효율 떨어져
   
▲ 한재홍 (수원연세신경과의원 원장)
[경인일보=]기억이란 쉽게 표현하자면 오감, 즉 눈으로 본 것이나 소리, 맛, 감각 등 몸으로 통하는 모든 입력기관의 정보를 저장해 두는 것이다. 임시적으로 잠깐 저장해 둔 것을 '단기기억'이라 하고 이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창고에 넣어두는 것을 '장기기억'이라 칭한다. 이 중 장기기억은 숙성의 과정을 통해 '지식'이라는 큰 열매와 바로 연결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학부모들 사이에 늘 논란이 되고 있는 조기교육과 관련해 잠깐 생각해 보자. 필자의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다. 소위 '알림장'이란 것이 있었는데, 이는 과제물이나 학교의 전달 사항을 부모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노트였다.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때 이미 한글을 깨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요즘은 학교에서 한글의 기본 교육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필자는 아들에게 초등학교 입학 직전 부랴부랴 ㄱ, ㄴ, ㄷ 그리고 이름 쓰는 것 등을 가르쳐 보냈지만 거의 문맹 수준이었는지라 수개월 동안 담임교사가 많은 수고를 해야만 했다. 그분께는 일단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 아들이 남들보다 뒤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이렇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자녀의 나이와 때에 맞는 교육을 적절히 해야 한다는 아버지, 혹은 신경학자로서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삼국시대나 근세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교육은 쭉 있어 왔다. 옛날에도 시험은 있었고 부정행위에 어머니의 치맛바람, 문중의 입김과 압박 등 시대는 다르지만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돼 왔다. 또 자식을 보다 빨리 잘 키우기 위한 조기교육 역시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가난하든 부자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간에 만 6세경 이후에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류는 수천년간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봤을 것이다. 평균보다 더 어릴 때 교육을 시키거나 혹은 조금 늦게 시작한다거나 등등. 그 결과 만 6세경에 학업을 시작함이 제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 이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도 신경세포의 수초화, 즉 신경세포가 완전히 완성돼 장기기억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만 6세경에 이루어진다. 물론 만 5세까지는 기억이 하나도 없다가 덜컥 기억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5세 이전의 기억은 단기기억력이 더 우세하므로 당장의 기억들은 끄집어낼 수 있지만 장기 기억화(지식화)하려면 수없이 많은 반복 학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유아나 어린이들에게 6세 이전의 기억에 대해 한번 물어 보자.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단지 시간이 오래돼서만은 아니다. 20세인 사람이 10세 때의 기억은 어느 정도 하고 있고, 60~70세 노인들도 50년 전의 군 생활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결국 장기 기억력이 형성돼 있지 않는 시기의 교육은 효율적으로 너무 떨어진다는 것을 과거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주의깊게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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