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 |
B씨는 임신 20주에 한 여성병원에서 시행한 초음파에서 수두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정밀 초음파와 MRI를 시행했는데 '뇌량 무생성증(태아의 기형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유전질환의 일종)'이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의 진단을 받고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됐지만 의사와 상담을 충분히 한 결과, 임신을 유지하기로 했다.
위의 두 사례는 산부인과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례들이다. 임산부가 만일 자신의 아이가 기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때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나라에서는 기형을 가진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태아 기형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발달된 현대 의학 기술은 상당수의 태아 기형을 치료할 수 있고, 산전에 미리 진단되는 경우 늦지 않게 치료해서 아무 장애없이 완치시키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사례와 같은 수신증이 대표적인 예이다. 수신증은 인구 1천명당 2~9명꼴로 진단되는데 가벼운 수신증의 경우 90%는 출생 전에 아무 치료없이 완치되고, 중증 수신증도 출생 후에 경과를 관찰하면 약 반정도는 수술없이 호전이 된다. 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치료 결과가 아주 좋아서 95~97%의 완치율을 보인다. 두 번째 사례에서 '뇌량'이란 뇌의 좌우를 연결하는 교량과 같은 것을 말한다. 뇌량무생성증은 태아 기형을 80% 정도 동반하며, 예후가 안좋은 경우가 많으나 만일 동반 기형이 없다면 약물 치료나 아무런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장 흔한 태아의 심장기형인 '심실 중격 결손'도 출생 전에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74%에 이르고 출생 후까지 남아있는 경우에도 30~40%는 서서히 크기가 줄어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대부분의 심장 기형들과 마찬가지로 수술 성적이 아주 좋다. 최근에는 소아 심장수술 전문의 선생님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어려운 심장 기형도 잘 치료할 뿐 아니라 작은 흉터만 남기고 수술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발달된 초음파 기술로 태아의 기형을 미리 진단하는 것은 무고한 아이의 생명을 거두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물론 모든 태아 기형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염색체 이상을 동반한 경우, 여러 다른 기형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경우, 선천적 무뇌증같은 치료될 수 없는 기형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를 장담하기 어렵다. 임산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형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을 얻는 것이다. 의사가 지켜보자고 했을 때 자의적으로 성급하게 미리 판단하지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태아의 경과를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최선을 다해 적절하게 치료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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