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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이 항상 타당하지는 않다

공동체 이끌 정치인들 자극적 말뿐… 진정한 신뢰 심어줄 때 미래 보장돼
   
▲ 강태순 (변호사)
[경인일보=]10명이 사는 공동체를 상정해보자. 그리고 다수결에 의하여 공동체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그 공동체에서 발생할 법한 이런 경우를 생각하여 보자.

10명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농사짓고 수확한 곡물로 먹고 지내왔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서 보니 9명은 곡물들이 모두 떨어져 먹을 것이 없었지만 1명은 다음 수확기까지 먹을 식량을 저장해두었다. 그래서 열린 공동체 회의에서 1명은 자신이 저장해 놓은 것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9명은 그 1명이 저장한 것을 10등분하여 이 고비를 넘기자는 쪽에 찬성하는 바람에 자신이 배고파하면서 아껴두었던 곡물을 빼앗기게 되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그 1명은 자신이 굳이 아껴두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저장한 곡물을 나누어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이번에는 곡물을 저장하지 아니하였고, 다시 봄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곡물을 나누어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하였다. 그래서 공동체 회의가 열렸지만 다른 9명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곡물을 나누어받지 못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다수결 원칙이 발생시킬 수 있는 오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를 타고 가다가 거친 파도가 치는 급박한 상황에서 다수결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선장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타당한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은 원래 원양어선의 선장이었던 분인데, 자서전에는 '배를 타고 가다가 파도가 거세게 치면 선원들은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장의 얼굴을 본다. 선장이 흔들리면 선원들도 동요하여 결국 그 파도를 헤치고 나올 수 없지만 선장이 침착하게 대처하면 그 난국도 이겨낼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축구 경기할 때 전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선수들과 감독, 코치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한다고 한다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다수결은 그 자체로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왜 많은 경우 우리는 다수결을 선택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선장과 축구감독의 경우에는 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결정하여도 별 문제 없이 그 공동체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은 단순한 인기와는 다르게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쓴 칼럼에서 사람들의 기본적인 행동 동기는 자신의 생존 본능이라고 하였는데, 신뢰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생존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생길 수 있지만 인기라는 것은 이와 전혀 관계가 없다.

진정한 신뢰는 현재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이를 토대로 한 공동체 미래에 대한 정확한 비전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며, 그런 신뢰 위에서 그 공동체의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인기는 단순히 현재를 위로해줄 뿐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요즘 답답한 점은 주위를 둘러보아도 진정한 신뢰를 줄만한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결에 의하여 모든 것이 결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보다 다수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자극적인 말들만 난무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가장 앞에서 이끌어가면서 미래를 설계하여야 할 정치인들 속에서 신뢰할만한 사람을 찾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1만큼 유리하고 국가에 10만큼 불리하더라도 그런 결정을 하고, 자신에게 1만큼 불리하고 국가에 10만큼 유리하더라도 그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언제까지 우리가 뽑는 정치인들을 이런 시각으로 보면서 불안해하여야 할까.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누가 당선되면 그곳을 떠나겠다는 말까지 하는 것도 들었지만 거친 파도 속에도 정말 그 결정을 신뢰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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