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간접흡연을 없애야 건강 선진국

법 개정으로 금연구역 확대 길 열려… 거리·경기장등 실외공간 적용 기대
   
▲ 서홍관 (금연운동협회장·국립암센터 의학박사)
[경인일보=]안데스 산맥에 자생하는 풀이 있었다. 토착 원주민들이 그 풀에 무슨 이유에선지 불을 붙여 빨게 되었다. 콜럼버스가 1492년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 습관은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유럽의 담배는 아프리카와 인도양을 지나 일본까지 전해졌고,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담배에 대한 기록은 1643년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 '지금 사람들은 담바고를 많이 심는다'라고 최초로 등장한다. 담배를 즐겨 피웠던 정조는 '차가운 몸은 덥혀주고, 더운 몸은 식혀주니 이 아니 좋은가' 하는 담배 예찬론을 쓰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나라에 전해진지 400년밖에 안된 담배가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 5천만 남한 국민 중 무려 천만에 가까운 흡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담배 때문에 매일 150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을 수개월 동안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이 250명인데 담배 때문에 이틀 동안 사망하는 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고, 2위는 뇌혈관질환이고, 3위는 심장혈관 질환인데 담배는 위의 세가지 모두에 주된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든 보건복지부 장관이든 의사든 치과의사든 우리나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담배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망원인 4위는 자살인데 우연찮게도 흡연자들은 자살률도 높다.



처음에 금연운동을 할 때는 흡연자의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주장했는데 점차 간접흡연이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금연운동은 새로운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제는 흡연자는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건강도 해친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간접흡연으로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이 밝혀져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간접흡연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간접흡연은 천식을 악화시키고, 심장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심각한 질병이 아니더라도 코와 눈의 따가움, 가슴답답함을 일으켜 불쾌감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27일 국회에서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었다. 개정의 골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의해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가는 관할 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한 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금연구역은 오로지 보건복지부장관만이 정할 수 있었으며 또한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경범죄처벌법에 의하여 대중교통수단, 의료시설, 승강기에서 흡연할 경우 범칙금 3만원, 역 대합실, 버스터미널, 기타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범칙금 2만원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오로지 경찰관이 현장으로 출동하여야만 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러한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법 개정으로 소리 소문없는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현재 각 지방자치 단체들은 이 법에 의해 음식점과 술집을 비롯한 다중이 모이는 모든 실내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해야 하며, 실외공간이라 하더라도 공원이나 해수욕장 등의 휴게 공간을 금연 구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 또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서도 베란다, 복도, 엘리베이터 등은 금연지역으로 선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면서 앞사람이 흡연할 때 뒤따라가면서 담배연기를 맡는 불쾌감을 호소한다. 이제는 혼잡한 거리와 체육경기장 관람석처럼 사람이 조밀한 공간 등 모든 실외공간도 금연이 선포될 전망이다.

흡연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초조해하기도 하고, 우리를 너무 밀어붙인다고 불쾌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래를 부를 자유는 있지만 남들을 불쾌하게 하면서 고성방가 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듯이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흡연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주변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불쾌하게 만들 권리까지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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