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양육한다는 것

나눔 실천하는 당신안의 컴패션이… 이미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켜간다
   
▲ 서정인 (한국 컴패션 대표)
[경인일보=]휴가 시즌이면 후원자님들과 함께 이른바 '비전트립'이라고 하는 컴패션 수혜국 현지 방문여행을 떠난다. 올해에도 7~8월 두 달 동안만 벌써 세 번을 다녀왔다. 컴패션 비전트립은 수혜국 현지를 직접 찾아가 컴패션(compassion)의 진정한 의미를 경험하고, 매달 후원금으로 돕는 어린이들에게 후원자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얼마 전 후원자들과 함께 태국으로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태국에는 북부 국경쪽 난민문제와 방콕과 대도시의 도시 빈민문제가 있다. 그리고 어딜 가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성적 학대 문제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컴패션의 한 어린이센터에서는 1998년부터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학대받은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기본적인 어린이 양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학대받은 어린이들을 돌보고 경찰과 학교, 지역 기관과 연계하여 주민들에게 어린이들의 인권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전하고 있었다.



친엄마에게 다리미로 팔과 다리를 화상 입은 소년, 한 집안에서 세 명의 직계가족인 남성들에게 성 학대를 당한 8살 여자 아이, 엄마가 매춘을 시킨 16세 소녀 등 200여명의 어린이들이 등록되어 있었고, 지난 10년동안 쉼터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학대를 당한 89명의 어린이가 현재 이 곳에 있거나 다녀갔다.

마침 하교시간이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헐렁한 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한국에서 온 낯선 이방인들을 보고 신기한듯 까르르 웃고 간다. 도무지 학대를 당한 것 같지 않은 밝은 얼굴이다. 그 중에는 할아버지와 삼촌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8살 여자 아이도 끼어 있다. 얼마 전까지는 어른들 곁에는 오지도 못했다던 이 어린이가 지금은 낯선 우리들에게 미소를 보여 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자신을 후원하는 한국인 후원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까지 한다.

무엇이 이 아이의 상처를 아물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컴패션이었다.

Compassion을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연민이나 동정심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나눔의 현장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컴패션의 의미는 확실히 직접적이다. 가난한 어린이들이 받아야했던 심정적 고통까지도 공감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으로 아이를 보듬었더니, '사랑받을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변한 것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쏟게 돼 있는 '양육'은, 사람을 살린다. 이것이 컴패션이 구호나 지역사회 개발이 아닌 양육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사람을 양육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고, 그 기간만큼 돈도 따박따박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양육이 아니고서야 그 끈질긴 가난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어릴 적 받은 상처는 폭력과 낙담, 정신적 나약함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가난은 아이들의 육체만 나약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병들게 한다.

컴패션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입히고 먹이지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모든 어린이들이 감사해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어린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기 위한 가장 큰 도구이다. 그럼에도 가정방문에서 어린이가 받는 혜택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그 부모다. 어린이들은 혜택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의 손길과 정성에 끌려 센터에 나온다. 그래서 당장 보여지는 성과도 없고 지칠 때도 있다. 어린이 스스로 낙오되거나 눈앞의 현실때문에 교육을 포기하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칠 때도 있다. 그럴 때의 낙심천만한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태국에서 만난 어린이가 보여준 환한 미소는 그래서 소중하다. 그 동안의 낙담과 수고를 잊을 수 있는 큰 선물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께, '당신안의 컴패션이 이미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꼭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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