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연평도 주민들이 가슴에 단 물음표

열악한 軍·허술한 정보·지도층 언행… 숱한 실망속 접경지역 안전에 의문만
   
▲ 김은환 (인천본사 편집경영본부장)
[경인일보=]연평도가 북한의 폭격을 당해 불타는 모습을 본 우린 지난 15일간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 우리가 이 것 밖에 안 되는 건가. 이렇게 힘없이 당한단 말인가. 최고의 군대, 최고의 국방력을 운운하던 소리는 어딜 갔단 말인가. 이런 자괴 섞인 복잡한 심정은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상당수가 같았을 것이다.

연평도 사태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충격과 분노가 삭여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꺾이지 않는 북의 호전성에다 연일 쏟아냈던 우리 내부의 실망스런 광경들이 원인이 아닌가싶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상한 마음은 우리 군대의 열악함에 놀라고, 허술한 정보와 분석력에 혀를 찬다. 또 쏘겠다는 엄포(또 실제상황이 될지 모르지만)에 떨어야하고,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언행이나 행동은 견디기 어려운 짜증을 보탠다.

연평도 사태만 보면 우리 군은 부실 그 자체다. 재론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떻게 적의 코앞에 있는 K-9 자주포가 고장이 나 있고, 민가까지 초토화 됐는데 대응사격이 고작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인가. 장관(전임)이란 사람이 아무리 해명을 해도 13~14분이나 지나서 응사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나마 쏜 80발 중에서 명중 시킨건 손꼽을 정도라고 하니 이게 우리 군대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가 정보파트는 또 어떠한가. 지난 8월에 이미 북한이 서해 5도서를 공격할 징후를 포착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고, 연평도 도발이 이뤄지기 불과 며칠전에도 감지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은 꼴이 됐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를 들어도 싸다.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미는 역시 정치인들 차지다. 연평도 피격현장을 앞 다퉈 방문해선 고작 남긴 말이라는 것이 폭탄주가 어쩌구,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나와선 폭탄이니 뭐니 하고 헛소리를 해댄다. 공교롭게도 군대를 안갔다온 분들이 쏟아낸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언행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적어도 눈치코치는 있었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것들이 보름동안 나온 실망스런 결과물들이다.

연평도 사태는 누가 뭐래도 분명 국가적 위난사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위기의 본질은 우리 내부에 더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북 도발의 정보를 놓고 정부기관들간에 '진실게임'을 벌인 것도 그렇고, 정치권의 무분별한 처신이나 발언, 근거가 부족한 각종 위기설까지 쏟아내면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는 것도 그렇다. 말로만 애국의식, 애민철학이지, 실제는 이념과 당략, 사욕뿐이다. 그나마 신임 국방장관의 당찬 모습에 조금 위안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럼 나 자신은 어떤가. 과연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본다. 미안한 마음만 앞서지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연평도 사태는 우리에게 이런 고민을 던져줬다. 국가적 위기앞에선 그 누구도 따로 있을 수 없다. 국가 안보는 산소와 같은 것이어서 그 어떤 가치나 이론보다 우선한다. 그래서 이 시대에, 이 땅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그 참담함이 떠나질 않는다.

이 시각 연평도 주민들 상당수는 아직 인천의 한 찜질방에 있다. 과연 연평도의 미래는 어찌되는 건가. 서해 5도서는 더 이상 당하지 않을 정도로 변할 것인가. 엊그제 복구비 명목으로 300억원을 즉시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뒤 연평도 주민들은 어제 인천시와 생활안전대책 등에 대한 합의는 했지만, 정작 그들의 속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래가지고서야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의 군장비가 갖춰지고, 어느 나라 국민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연평도가 될 것인가. 1958년 마오쩌둥의 인민해방군이 44일간 포탄 47만발을 퍼부어도 끄덕없었다던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처럼 만들어질 것인가. 연평도 주민들은 이런 물음표(?)를 가슴에 달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낸다. 지금 누구의 위로도 그들의 뼈아픈 마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부의 확실한 믿음과 실천적 대책만이 희망을 줄 뿐이다. 좀 그들의 요구가 과하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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