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곳에 희망이 있다

中에 가격 경쟁력서 밀린 자전거산업… 절대가치 창출로 인천의 미래 찾아야
   
▲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자전거.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친근한 삶의 수단이다. 세발 자전거로 시작하여, 휠체어로 인생을 끝낼 때까지 자전거 바퀴는 우리와 함께 한다. 자전거는 한국 근대화과정에서 기계조립산업의 대표였다. 1980년대 중반에는 연간 150만대를 수출하여 북미시장의 15%를 점유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 후 신발과 섬유와 마찬가지로 공장과 기술자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통째 이전하였다. 부품산업과 제조업 영역에서 명단이 사라져 버린 사이 중국과 대만이 자전거 산업의 강자로 등장했다.

MB 정부는 녹색성장의 대표적 산업으로 자전거를 내세웠다. 자전거도로 건설과 자전거 타기와 같은 1회성 혹은 낭비적 사업들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 한국자전거종합연구센터도 개소하였다. 하지만 자전거 산업의 부흥을 꿈꾸며 출범한 남동공단의 (주)미추홀아리랑바이크는 현재 자본잠식상태다. 천정부지로 올랐던 자전거 주식은 정책의 실패를 예감하듯이 폭락했다. 그리고 자전거 시장은 천덕꾸러기 공짜 자전거와 고급브랜드의 외제 자전거로 더 양분되고 있다.



만약 일본과 대만의 자전거산업을 조금이라도 면밀히 검토했다면 그런 실패는 되풀이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본의 자전거 수요는 연간 1천만대이며 그 가운데 600만대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자전거 완성품보다 부품시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시마노', '나카노'와 같은 세계 초일류의 자전거 부품 전문회사를 갖고 있다. 일본이 기업단위로 성공한 사례라면 대만은 정부정책으로 성공한 사례다. 대만은 중국에 밀려 자전거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기업을 클러스터화시켰다. 이를 통해 기술과 품질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대만은 세계 2위의 자전거 수출국이자, '자이언트'는 자전거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최근 일본의 (주)나카노철공소(中野鐵工所)로부터 기술이전과 관련한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나카노의 성공담에 눈길이 갔다.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포기한 사업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일본이 에어 허브의 보배로 소개하는 (주)나카노철공소가 되었는가. 그 곳에는 오사카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나카노 사장이 있었다. 그는 고객으로부터 '자전거 펑크 때문에 고민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조사해보니 자전거 펑크의 원인은 70% 이상이 공기압 문제였다. 그 적정값은 '3'이지만 실제 사용되고 있는 자전거의 대부분은 '2'기압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튜브가 바퀴의 테두리에 강하게 마찰이 일어나 결국 펑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항상 공기를 보충 할 수 있을까. 수도 없는 좌절과 도전 끝에 그는 에어 펌프를 내장하는 데 성공하였다.

사실 한국과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중국과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10개사였던 자전거 허브전문업체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나카노 철공소는 중국 혹은 제3세계 국가와 싸워 절대 이길 수 없는 출혈 가격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 보다는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절대적 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버림받은 부산의 신발과 대구의 섬유공장이 중국과 베트남 등지로 떠났다. 그러나 그 후 스포츠 산업의 발달과 함께 고급 스포츠화 등이 급성장하였다. 아웃도어와 기능성 의류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뒤늦게 대구는 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고 기업들은 아웃도어와 의류시장을 넘보고 있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한국의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정규직과 88만원의 저임금 시장이다. 그렇다면 조선 산업보다 시장규모가 크다는 자전거 산업을 통해 부품산업 메카로 인천을 다시 만들 수 없는가.

지금 우리들의 자전거가 말하고 있다. 모두가 버린 것에서,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곳에서 바로 인천의 미래와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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