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산행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미륵산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 내세 구원 미륵 꿈꾸며 잠시 의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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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강원 원주, 충북 충주 미륵산 (彌勒山, 689m)
■ 산행일시: 2010년 12월 19일(일)
■ 산악회: m28클럽(28명)
■ 미래세상 부처님을 기리는 산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미륵산'은 문막나들목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산이다. 행정구역상 원주시 귀래면과 충주시 소태면에 걸쳐 있으며 치악산(1천288m)의 줄기가 백운산(1천87m)을 거쳐 미륵산까지 이어져 있다. 대표적인 산행 들머리는 주포리 황산골로 대형버스 주차장이 있으며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다 황룡사 안내판을 따라 오르면 된다.

산의 능선아래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쇠약해진 신라의 운명을 고려에 평화적으로 이양한 뒤 전국의 명산(名山)을 두루 다니다가 용화산(미륵산)에 올라 수려한 경관에 반해 그 정상에 미륵불상(彌勒佛像)을 조성하고 그 아래 학수사(鶴樹寺)와 고자암(高自庵)이란 절을 짓고 말년에 잠시 의탁하였다 한다. 지금의 지명 또한 귀한 분이 다녀가신 곳이라 하여 귀래(貴來)면으로 남게 되었다.

미륵신앙은 일반적으로 백제의 지배하에 있던 충청권과 전라도 지역에서 진표율사에 의해 부흥했던 것으로, 지주들로부터 또는 권력자들에 의해 착취당하던 궁박한 삶의 민초들을 구원해줄 구원자를 기다리는 마음을 대변했다. 국운이 기울어가는 신라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하던 경천왕의 딸인 덕주공주가 생을 마감하며 세운 월악산 덕주사의 마애불과 함께 구원자에 대한 열망은 신분의 고하(高下)를 불문(不問)하였음을 역사의 뒤안길에서 고스란히 더듬어 볼 수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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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닦인 호젓한 산길을 버리고 오른 길

섬강의 제방을 따라가다 귀래면 방향으로 가는 404번 지방도로 진입하여 비두네미 마을을 지나 서낭당고개(아홉사리고개)에서 버스가 멈춰선다.

황산골 방향의 좋은 등산로를 버리고 길 아래 인적 드문 곳으로 산행들머리를 정하자 "여기로 오르는 것 맞나요? 허… 귀신나오게 생겼네"라며 생소한 길이라 일행들이 한마디씩 한다. 며칠 전에 내린 눈 위로 들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산토끼 한 마리가 쫑긋 귀를 세우고 등산객들을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낯선 풍경이다.

그간 숱하게 산행을 해왔어도 산짐승을 대면하긴 처음인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부지런히 달아나는 산토끼처럼 우리도 인적없는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기에 추울까봐 껴입었던 외투를 벗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크고 웅장한 명산들의 모양새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동네 뒷산처럼 평온한 산이기에 사소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그에 응당한 재밋거리를 선사해주기에 여유롭고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필자처럼 헤집고 다니기 좋아하는 산쟁이들에겐 안성맞춤의 산이다. 옛말에 따르면 소나무 밭에선 굶어 죽고 참나무 밭에선 그럴 일이 없다 하였는데 미륵산은 굴참나무가 즐비하니 한여름이면 산나물과 버섯이 생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보인다.

■ 본격적인 암릉길의 시작인 미륵산 정상

서낭당고개로 오른 후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지나온 능선길은 조망이 시원치 않아서 꽤나 서운한 길이다. 하지만 원주시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는 곳에 이르자 사방이 한순간 트이면서 가장 좋은 조망권을 안겨준다. 북동쪽으로 백운산(1천87m)이 지척이며 그 옆으로 치악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며 제천 방향으로 십자봉(985m)과 삼봉산(907m)이 선명하다. "날씨가 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흐린 날씨에도 이만 하길 다행이다 싶다.

미륵산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보이는 바위산이 미륵봉인데 본격적인 암릉지대임을 말해주듯 지나는 이들이 암벽 사이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륵봉은 등산로에서 벗어나 손과 발은 물론 온 몸을 이용해 올라야 하는 수고스러움에 올라가길 꺼리나 한번쯤 올라볼 만한 곳이다. 기암 사이를 비집고 자라난 소나무의 자태에 눈길을 빼앗기기도 전에 주변을 조망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의 암봉 아래에 위치한 미륵불상을 보기 위해 아랫길로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두 곳 모두 반드시 거쳐가길 권한다. 황산사 방향의 하산길로 접어들면서 지나는 장군봉, 신선봉, 치마바위는 암릉지대로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안전산행을 돕지만 무엇보다도 발 아래를 자주 확인하여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치마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낙엽으로 가득한 내리막길로 변모하는데 겨울철과 봄철 해빙기 산행시 가장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낙엽 아래의 언 땅으로 인해 낙상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도록 하고 등산스틱으로 무게중심을 분산시켜가며 하산하도록 해야 한다.

점차 고도를 낮춰가는 낙엽길 끝에 아담한 황룡사가 나타나면 주차장까지 20여분이 걸리는 것으로 산행은 끝이 난다. 경천묘, 황산사터, 미륵불상을 모두 보려면 황산골에서 출발하여 미륵산과 미륵봉을 거치는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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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안내

■ 등산로

황산골입구 ~ 치마바위 ~ 신선봉 ~ 장군봉 ~ 미륵봉 ~ 정상 ~ 미륵봉 ~ 황산사 ~ 새터마을 ~ 황산골(4시간)

운계리 ~ 망배재 ~ 정상 ~ 미륵봉 ~ 황산사 ~ 새터마을 ~ 망배재 ~ 운계리(3시간 30분)

운계리 ~ 망배재 ~ 정상 ~ 미륵봉 ~ 장군봉 ~ 신선봉 ~ 치마바위 ~ 주포리(황산골)(4시간)

서낭당고개 ~ 삼거리 ~ 695.6봉-미륵산 정상 ~ 미륵봉 ~ 치마바위 ~ 황룡사 ~ 주차장(4시간30분)

■ 교통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문막IC ~ 42번 국도(여주 방향) ~ 49번 지방도 ~ 404번 지방도 ~ 유현3거리(우회전) ~ 귀래 ~ 황산골

대중교통

원주시 명륜동 사거리 ~ 운계리 새마을회관(31번 시내버스, 30분 간격)

원주시 ~ 황산골 (하루 4회 시내버스 운행)

원주시 ~ 귀래 : 충주행 직행버스 이용 귀래하차 (06:45~19:30, 20분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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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복기자

gosu88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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